告白

서울에 돌아와서 한동안은 외출이 싫을 정도로 짜증나는 경우가 많았다. 거의 모든 종류의 서비스업 종사자들이 불성실하게 보였고, 거의 모든 행인들이 무례하게 느껴졌다. 생전 모르는 이들과 싸우는 일이 없었는데, 서울에 돌아와서 여러 달 동안, 두세 주에 한번씩 정도는 꼭 모르는 남들에게 싫은 소리를 하고, 혹은 싸우곤 했다.

그러고 좀 더 지나서, 물론 서울 생활에 다시 익숙해져서이기도 하겠지만, 스스로 그러지 말자고 마음을 먹었다. 싸우게 되면 아무리 내가 정당하다고 해도 결국 한두가지는 반드시 상대방에게 잘못을 저지르게 되고, 그렇게 싸운다고 해서 달라지는 것도 별로 없는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달라질 것도 없고 심지어 나의 말을 알아듣지도 못하는 —서로 기준이 너무나 달라서— 상대에게 핏대를 올린들 손해보는 것은 나뿐이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사람이 좋기는 커녕 모나기가 그지없는 성격이지만, 사람 좋은 양, 웃어넘기자 싶었다.

오늘도 예전같으면 그냥 넘어가지 않았을 일을 이어서 둘이나 겪었다. 순간 흥분되는 기분을 느꼈지만, 넘기자 했다. 불쾌는 순간이었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넘기기를 잘했다 싶다. 내 흥분을 아낄 수 있었고, 처음 보는 이들에게 험한, 격한 말을 하지 않아도 되었다. 그렇다고 그들의 잘못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지만, 그건 그들의 몫일 뿐이다. 그들의 불행에 스스로를 관여시킬 필요는 조금도 없다. 그렇게 얼굴 대하는 이들과 거리를 두고, 이기적으로 정신을 지킨다. 즐거운 일은 아니지만, 살아가기 위한 작은 방편일 뿐이다.

서울은, 연약한 정신을 가지고 살아가기에 용이한 곳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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