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가 들리는 밤

오늘은, 어제에 이어 공기가 맑았다. 오후부터 내리기 시작한 비가 이 정도로 계속되는 걸 보면, 이 비가 그치고는 공기도 맑을테고 또 봄도 이제 완연해지려나 싶다.

요즘은 주저없이 공기를 들이킬만한 날이 별로 없는 탓에 필요한 이상의 외출은 되도록 피하고 대신에 어제나 오늘처럼 깨끗한 날이 있으면 무조건 한참을 걷곤 하고 있다. 어제는 너무나 깨끗해서 평소에 공기가 그리 나쁘지 않은 날에도 보이지 않던 풍경들마저 저 멀리 보였다. 불쾌하지 않은 숨을 쉬며 걸을 수 있다는 것이 큰 즐거움이 되는 사회는, 분명 행복한 사회는 아닐 것이기는 하다. 하지만 어제는 그저 그대로 즐거운 하루였다.

별로 넓지도 않은 우리집에는 벌써 공기청정기를 두 대나 돌리고 있다. 거의 24시간 쉬지 않고 돌리는데, 이게 과연 얼마나 효과가 있는지는 모르지만 한번씩 필터 청소를 할 때마다 필터의 색이 변한 것에, 그리고 잔뜩 쌓인 먼지 —사실 눈에 보이는 정도의 먼지는 문제가 아닐테지만— 에 아연해지곤 한다.

매일 아침에 일어나 그날의 공기질을 체크하고, 필요하면 마스크와 미세먼지의 부착을 억제해준다는 스프레이를 준비하는 생활은, 권할만한 것은 아니다. 혹자는 이런 나에 대해서 신경질적이라고 할지도 모르겠고, 또 그렇게 하는 것이 큰 의미가 없을 것이라는 주장도 분명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먹는 것, 마실 것, 들이킬 것들에 대해서 가능한한의 노력을 들이는 것은, 살아가는 행위에 대한 책임이기도 하다는 생각을 한다. ‘먹고 죽지 않으면 보약’이라는 식의 야만과 폭력에서 이제는 벗어날 때도 되지 않았나 말이다.

번개와 천둥이 치더니 이제 추적추적 빗소리만 들린다. 가뭄이 심각해서 큰일이라는 뉴스를 본게 며칠 전인데, 이 비로 제법 해갈이 된다고 하니 다행이다. 결국 인간은 가뭄이 들면 비를 기다려야 하고, 밤이 오면 아침 해를 기다려야 하는 존재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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