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해 철

TV에 비치는 얼굴들 중 단 한 명을 직접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나는 이 사람을 만나보고 싶었다. 그의 말들을, 그의 음악만큼 좋아하지는 않았지만, 그와, 조금 이야기를 나누어 보고 싶었다. 궁금하기도 했고, 알고 싶기도 했다. 든든한, 사람일 듯도 했다.

배우나 가수나, 그 어떤 이의 소위 팬이라는 것이 되어본 적이 없다. 좋아하는 노래들이 있고, 되풀이해서 보게 되는 영화가 있지만, ‘그’가 아니면 안되는 경우는, 별로 느껴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문득 어느날 되돌아보니, 언제부터인지 나는 신해철의 음악을 거의 다 갖고 있었다. 테이프부터 CD들까지. 아, 나는 신해철의 팬이라고 해도 되겠구나, 싶었다.

그러고 여러 해 잊고 살았다. 서울을 오래도록 떠나 있어서이기도 했고, 나의 생활이 음악과 멀어지기도 했다. 결혼을 했단다, 살이 쪘다더라 식의 풍문은, 어찌어찌 듣게 되기도 했지만, 그게 다였다. 어느새 나는 다시금 그 누구의 팬도 아닌 이가 되어 있었다.

얼마 전, TV에서 그를 보았다. 정말 몰라보게 살이 쪄 있고, 당연하게도 세월의 흔적이 온 몸에서 보였다.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그와 더불어 변해있을 나를 새삼 돌아보며 괜히 살짝 씁쓸도 했다. 그리고 그 기억은, 조금도 특별하지 않은 기억이어야 했다.

신해철이 죽었다. 나와 비슷한 세대에 그의 음악을 듣지 않은 이들이 누가 있을까. 호불호는 저마다 있겠지만, 그를 완전하게 무시하며 성장한 이들은, 단언컨대 찾기 힘들 것이다. 그래서인가, 대학 동기들과의 카톡방에서도 한두마디, 멀리 사는 친구도 울적하게 전화를 걸어온다.

솔직히 이렇게나 그의 죽음에 대해서 격렬하고 다양한, 그리고 광범위한 반응이 있으리라고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물론 그 죽음이 워낙 이르고, 게다가 갑작스러워 더 안타까운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그는, 내가 아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이들에게, 훨씬 더 많은 것들을 남기고 갔나 보다.

우연하게 보게 된 TV 속의 그의 모습이, 건강하게 살아있던 그를 본 마지막이 되었다. 세월은 흘렀지만 그 정도로 흐르지는 않았는데, 우리는 너무나 일찍 그에게 ‘안녕’을 고한다. 아깝다. 그래서 더 안타깝다.

세월은 이렇게 또 한 명을 보내고, 세상은 조금 그렇게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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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해 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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