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의 산책

무작정 집을 나섰다. 일단은 점심을 해결해야 할 일이다. 이리저리 생각해보아도 적당한데가 도통 떠오르지 않는다. 일본에서와는 달리, 서울에서는 혼자 외식하게 되는 경우가 거의 없어서이기도 하고, 가까운 동네에서 그럴만한 곳이 별로 없어서이기도 하다. 게다가 딱 점심 시간이랑 시간이 겹친다. 제대로 된 식사를 할 수 있는 곳이면 대개 붐빌 시간대이다. 붐비는 곳에 혼자 가서 밥을 먹고 싶은 기분도 아니기는 하다.

커피 체인점을 간다. 샌드위치와 카푸치노. 이렇게 떼우기로 했다. 충분한 식사가 되지는 않을 줄 안다. 배고프면 뭔가를 또 먹으면 된다. 먹을 곳, 마실 곳은 지천으로 널려있지 않은가. 그러나 또, 그 많은 공간들은 얼마나 쓸쓸한가. 그런 생각을 하며 커피집에 들어선다. 의외로 한산하다. 샌드위치를 하나 골라 카운터에 선다. 딴 일을 하던 종업원이 웃으며 주문을 받으려 돌아선다. 의례적인 웃음. 그러나 없는 것보다는 낫다 싶다. 괜히, 감상적이 되는구나.

커피집은 2층으로 되어 있다. 2층에서 어린 학생들로 들리는 목소리들이 자지러지게 웃는다. 2층의 공간이 더 넓은 것은 안다. 그러나 저 소리들 사이로 올라가고 싶은 마음이 나지를 않는다. 그러고 둘러보니 적당한 자리가 없다. 창가에 창을 향해서 앉도록 되어 있는 긴 테이블이 있기는 하다. 앉으려고 다가서다가 돌아선다. 아무래도 이건 아니다 싶다. 그냥 커피 한 잔 마시는 거라면 상관없지만 샌드위치까지 먹어야 하는데 그렇게 먹는 행위를 창가에 앉아서 길가는 다른 이들에게 보이고 싶지 않다. 그 사람이 옆에 있었더라면 창가에는 앉지 마요라고 한마디 했을 것 같다. 구석의 원형 테이블로 가서 벽을 보고 앉는다. 벽을 보고 앉자니 그것도 조금 어색하기는 하다.

배가 별로 차치 않는다. 샌드위치라는 것이 또 작기도 했다. 그래도 일단 허기는 면했다. 나선다. 오늘은 좀 걸을 생각이다. 다행히 날이 좋다. 볕이 좋고 기온도 그리 낮지 않은 것 같다. 사람들 옷차림도 제법 가벼워져있다. 그에 비하면 무겁게 입었나 싶기도 하다. 게다가 걸으면 더워지고 땀이 나지는 않을까 신경이 쓰인다. 그렇다고 돌아갈 수도 없는 노릇이다.

늘 나다니는 길을, 걷는다. 일상적인 풍경이 신선하다. 걸어서 지나지 않는 길을 걸으려니 그렇다. 한참을 걷다가 처음 가 보는 샛길을 택한다. 아직 눈이 남아있는 고갯길을 내려간다. 군데군데 미끄럽다. 신고 있는 운동화가 미끄럽다. 한두번 넘어질 뻔 한다. 다행히 몸을 가누며, 그저 걷는다. 한참을 내려오는데 허리가 아파온다. 그러고보니 겨울 들어서 몸을 별로 움직이지 않았다. 체력이 떨어진건가. 평소에 비해서 제법 긴 시간을 걷기는 했지만 이 정도에 허리가 뻐근하다면 그것도 문제이기는 하다. 좀 걸어야겠다. 다시 언제 허물어질지 모르는 다짐을 한다.

조금 더 내려가면 단골 카페가 하나 있다. 일단은 그곳을 목표로 가자. 조금 쉬어야겠다 싶다. 허리도 아파오고, 걸으면 비울 수 있을 줄 알았던 머리 속도 여전히, 혹은 더 복잡하다. 아직 해는 중천이다. 이른 시간, 여기까지 걸어와서 그냥 발걸음을 돌리기도 서운하기는 하다. 대형 서점까지는 한 20분 정도 더 걸으면 될 것 같기는 하다. 오랜만에 서점까지 가 볼까. 아니면 가는 길에 있는, 공사 마치고 한번도 그 앞에 직접 가 보지 않은 광화문을 들러볼까 싶기도 하다. 별 생각 없이 나서서, 욕심만 많다.

생각만 많은 채, 한 번 앉아서는 일어나게 되지를 않는다. 볕은 늘어지고 날은 따뜻하다. 서울 한 가운데로서는 너무나도 조용한 거리가 내다보이는 커다란 창문은, 평화롭다. 한시간 가까이 온 카페를 독차지하고 있었는데 중년 남성 둘이 들어온다. 별로 넓지 않은 공간이라 그들의 목소리가 고스란히 들린다. 모든 듣고 싶지 않은 소리는, 소음이 된다. 게다가 하필이면 오늘 이 카페의 선곡도 무지 좋았었다. 슬슬 일어나야 할 때인가 싶다. 이곳을 나서서 어디를 향할지, 아직 마음을 정하지도 않은채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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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e thought on “오후의 산책

  1. Name tags are one of those event essentials that event planners love to hate. Beyond selecting the background image, name tags are not a lot of fun, and we like fun. Below are best practices around name tags and hopefully these tips will save you time on your next ev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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