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이후 잡담

# 어제 저녁, KBS와 SBS에서 박근혜의 당선을 확실한 것으로 보도했다는 속보를 본 이후 좀 전까지 일체의 뉴스를 보지 않았다.

# 대통령 하나에 뭐 그리까지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아직도 있을지 모르지만, 이 피로감과 절망감은, 지난 5년의 축적 때문인지 제법 오래, 혹은 깊이 갈 것 같다. 심각하게 대안을 고려해야 하는 때인가 싶다.

# 이명박의 5년은 너무나 길었다. 너무나 길고 너무나 피곤했다. 상식과 합리가 싸그리 무너지는 꼴을 일상적으로 경험했다는 의미에서는,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전시와도 유사한 정신적인 스트레스에 많은 사람들이 시달렸을 것이다. 앞으로의 5년이 지난 5년보다 조금은 나을 것인지, 혹은 더할 것인지는 지금 당장은 별 관심이 없다. 이제 와서는, 매우 이기적인 말이지만, 나의 정신적인 건강을 돌보아야겠다는 생각 뿐이다.

# 박정희의 자식이 대통령에 ‘당선’되는 X팔리는 꼴을 볼 수는 없다는 것이, 나의 박근혜에 대한 반대의 시작이었지만, 최근 일본의 총선 결과를 보면서 그와는 조금 차원이 다른,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측면에서 박근혜가 당선되면 안된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즉, 많은 사람들이 지적하듯이, 일본에 전후 유례를 찾을 수 없는 극우 정권이 출현한 이 마당에 한국에서도 수구 정권이 등장할 경우 당연하고 자연스럽게도 한반도 정세는 안정보다는 불안해질 것이 명백하고, 한반도 정세의 불안은 결국 지금보다 더한 경기 침체와 빠져나오기 어려운 경제적 곤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으며, 나아가서는 극단적인 결과, 즉 전쟁 혹은 그에 준하는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걱정 때문이었다. 나로서는 합리적이고 논리적인 걱정이기는 하지만, 지금으로서는 이런 걱정이 기우로 끝나기를 바랄 뿐이다.

# 민주주의의 역사가 깊지 않고, 민주주의에 대한 소양이 부족한 후기 산업사회의 구성원들이 보수화되는 것은 어찌 보면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다. 게다가 북한이라는 골치덩어리를 코앞에 둔 한국과 같은 사회에서 말이다.

# 미래에 대한 불안감. 극단적으로 단순화하자면 이 한마디로 박근혜의 승리와 문재인의 패배의 원인을 압축할 수 있지 않을까.

# 보다 풍요로운 사회는, 단언컨대 오지 않는다. 한국이 지구라는 물리적인 공간을 벗어날 수 있지 않는 한.

# 박근혜가 이명박보다 조금이라도 나은 모습을 보인다면, 또 한 번 단언하지만, 한국은 장기적인 보수 집권 시대로 진입하게 될 것이다. 그런 세련된 계산과 전술이 박근혜와 집권 여당에게 없기를 바랄 뿐이다.

# 동아시아에서, 민주주의는 이렇게나 요원한 가치였단 말인가.

# 민주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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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thoughts on “대선 이후 잡담

  1. Anonymous says:

    침묵하고 싶어서가 아니고,,,,,저절로 말이 안나오는 어제,,오늘 이어요.
    어쩌지~ 이제 어쩌지 싶고. 제 친구들 하나도 설득 못한 제가 첫번째 죄인이라고 자책만 하고
    있어요. 저두 제 정신 건강을 위하여 어제 ,,,,찬란한 불빛아래서 (이거 더 허무 했지만요)
    진한 칵테일 세잔 원샷하고,떨어져 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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