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음에서 비롯된 잡담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집은 전망이 매우 좋다. 집에 들어서는 그 누구라도 전망을 언급하지 않는 이가 없을 정도이다. 앞을 가로 막은 것이 없으니 들어오는 볕이 가로막힐 일도 없다. 해가 지기 전이면 어떤 시간대이든지 밝고, 볕이 들어오는 시간이 긴 만큼 겨울에도 따뜻하다. 그러나 장점이 있으면 반드시 단점도 있게 마련이다.

그렇다고 해서 단점이 그리 많은 것은 아니다. 별로 없는 단점들이 내게는 조금 치명적인 것이 문제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앞을 가로막고 있는 것이 없다는 것은, 소리의 면에서도 그러하다. 즉, 먼 소리들이 죄다 올라온다는 것이다. 그렇기는 해도 그런 소음이 일상적으로 거슬릴 정도까지는 아니다. 문제는 나의 집과 멀리 마주보는 곳에 학교들이 있다는 것이다.

학교가 하나가 아니다. 유치원부터 대학교까지가, 그리 넓지 않은 산 위에 옹기종기 모여있다. 그리고 이 학교들에서는 봄과 가을에 이런저런 행사들이 열린다.

지난 봄 일이다. 어디선가 웅웅거리는, 제법 큰 소음이 들려왔다. 아래쪽의 대로에 시끄러운 차가 지나가기라도 하나보다고 생각하며 대수롭지 않게 여겼는데 이 소리가 도무지 사라지지를 않았다. 거실의 큰 창문을 열고 얼굴을 밖으로 내밀고는 한참을 두리번거리다가 간신히 소리의 방향을 찾게 되었다. 저 건너편의 학교 운동장 쯤에서 들려오는 소리 같았다.

학교들은 집에서 건너다 보이는 나즈막한 산의 정상에 위치하고 있다. 문제는 내가 사는 집이 그 건너편의 언덕진 동네 중턱에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높이마저 비슷해서 저쪽에서의 큰 소리가 이쪽까지 울릴 수 밖에 없는 형태이다. 당하고 나서 보니까 그럴만하다 싶었지, 사실 상상도 못한 일이다. 뻔히 보이는 거리이기는 하지만 사실 그 사이에는 주택가도 있고 제법 큰 도로도 있어서 상당한 거리가 있기 때문이다.

그 때까지만 해도 건너편에 각 학교들이 모여있는 줄은 몰랐다. 그저 대학이 하나 있는 것만 알고 있었다. 시기가 시기인지라, 대학의 축제 기간이거나, 혹은 그 준비인가 했다. 축제는 즐겨야겠고 준비도 필요하겠지만 이런 식으로 민폐를 끼칠 일은 또 아니지 않을까하며 일단 대학 대표 전화로 전화를 했다.

교무과인지 어디인지 연결된 곳의 직원은, 자기에게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단다. 그리고 학교에 특별한 행사가 있는 것도 아니라고 하면서 혹시 초등학교나 중학교의 행사 아니겠냔다. 그래서 찾아보았더니 유치원부터 각급 학교들이 다 있단다. 바로 그 날은 중학교의 체육대회였다. 중학교의 체육대회에서 왜 왕왕거릴 정도의 큰 소리로 유행가를 틀고 있어야 하는지, 나의 부족한 상상력으로는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교무실에 전화를 해서 음량을 좀 줄여달라고 부탁했다. 다행히도 응대가 나쁘지 않아 나도 굳이 언성을 높이거나 하지 않고 이야기를 할 수 있었다. 그러나 내 전화는 별 소용이 없었다.

그렇게 지나가나 했다. 그런데 그게 시작이었다. 다음에는 고등학교, 그 다음에는 초등학교, 그러더니 마지막에는 대학 축제까지 한두주일에 걸쳐서 웅웅거리는 소리에 시달려야 했다. 그때마다 학교들에 전화를 하고, 그때마다 “아니, 소리가 거기까지 들리나요?”하는 말을 들어야했다. 그러나 다행히 그 기간이 그리 길지는 않았고, 늘 그렇듯이 나도 별 신경을 안쓰고 지내게 되었다.

그런데 어제 오전 일이다. 다시 웅웅 소리가 들린다. 익숙한 소리다. 찾을 필요도 없다. 어디서 오는 소리인지, 단박에 짐작이 된다. 그러고 보니 가을에는 운동회가 있을 터이다. 드디어 또 시작인가.

사실 이번에는 학교에 일일이 전화를 하거나 경찰 –지난 번에는 경찰에도 전화한 적이 있다. 그러고 나니까 조금 나아지더라– 에게 도움을 청하지는 않을 생각이기는 하다. 일상적인 일도 아닌 것을 너무 까칠하게 굴지는 말자 싶기도 하다. 그래도 한구석 찜찜은 하다. 이게 과연 까칠한 것일까.

난 여전히 학교들에서의 행사에 대체 왜 그런 유행가 노랫소리가 울려퍼져야 하는지 이해가 되지를 않는다. 그리고 꼭 틀어야겠다면 조금 작은 음량으로는 충분하지 않을까도 싶다. 그러고보니 서울 시내에서도 여기저기 무슨 행사만 있으면 너무 큰 소리들이 쩡쩡거린다 싶었다. 다들 반쯤 귀가 먹었나 싶을 정도의 소리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듣고 있는 사람들의 청력은 과연 괜찮은 것일까.

소음의 문제도 결국에는 영역의 문제이다. 내게 불쾌한 소리는 내 영역에 대한 침해라고 느끼는 나는 서울에서 살기에는 너무 까칠한 인간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궁극적으로는, 바로 얼마 전에도 쓴 적이 있지만, 서울에는 사람들이 너무 많이 모여사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엄밀하게 말해서 인구 밀도가 결코 높지 않을 것 같은 동네에 살면서 이런 소리 하는 나는 역시 서울 생활이 맞지 않는 사람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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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음에서 비롯된 잡담

2 thoughts on “소음에서 비롯된 잡담

  1. says:

    백만번 공감합니다. 그래서 명동같은 곳을 가면 발걸음이 빨라지는것 같아요. 신발가게에선 왜 그렇게 박수를 치면서 고함에 가까운 환영인사를 하는지 화장품가게에선 왜 댄스음악을 틀고 춤을 추는지 소음에 대한 경각심이 전혀 없는 것 같아요.
    저도 남산 중턱이라 전망 좋고 햇볕이 기막히게 들지만 먼 소리까지 올라오는 문제가 있어요. 저쪽 골목에서 소근거리는 소리까지 정확하게 전달되니 확실히 그런듯한데, 학교가 근거리엔 없어서 아주 고생한 적은 없네요. 다행..

    1. camino says:

      앗, 블로그에 답글이 너무 오랜만이라 순간 당황했습니다. ^^
      그렇지요. 그러고보니 명동 거리 같은 데도 그렇습니다. 저는 시내 한복판에는 그리 자주 나가게 되지 않지만, 그래도 어쩌다 지나다 보면 지나치다 싶을 떄가 많더군요. 뭐든지 너무 크고, 소란스럽습니다. 이런 것들이, 언젠가 조금씩이라도 나아질까요..
      학교의 소음은, 딱 그런 날은 좀 괴롭습니다만, 일상적이지는 않으니까요. 그럭저럭 견디며 지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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