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에 관한 잡담

앞집에 심하게 짖는 개가 한마리 있다. 우연히 본 적이 있는데 시꺼먼 놈이 몸집도 제법 큰 놈이다. 마당에서 키우는 터라 그 짖는 소리가 바로 들린다. 문제는 이 개가 한번 짖어대면 그 소리도 크고, 또 제법 긴 시간동안 짖는다는데 있다.

지금 사는 집에는 지난 겨울에 이사를 해 왔다. 겨울이라 당연히 온 창문들을 다 닫고 지내는데도 밤에 개소리가 거슬릴 정도였다. 오죽하면 이사한 바로 다음날 ‘복병을 만났다’고 했으랴. 여름이 되고 창문들을 열고 지내면서 이 개소리에 제법 스트레스를 받게 되었다. 참으려고 애도 썼지만 그게 잘 되는 게 아니었다. 게다가 주변이 상대적으로 조용한 동네라 개소리가 더 크게 들리기도 하는데다가, 경우에 따라서는 온 동네 개들이 한꺼번에 짖어대서 한참을 그 소리에 시달리는 경우도 있었다.

어쩔 수 없이 경찰에, 동사무소에, 구청에 문의와 민원을 했다. 그러나 근본적으로는 아무 효과가 없었다. 공동주택 –아파트 등의– 의 경우에는 개나 고양이 같은 애완동물들과 그 소리에 대해서 제재할 근거가 있지만 단독주택의 경우에는 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에 단속이나 지도 등의 조치를 취할 도리가 없다고 한다. 경찰도, 구청 담당 직원도 나의 심정에 공감을 표하며 동정도 해 주기는 했지만, 그들이라고 어쩌랴. 할 수 있는 일들이 매우 제한적이라니 말이다. 그래도 몇번인가 동네 파출소에 불평을 했고 경찰이 직접 가서 주의를 주기도 한 모양이었다. 그러나 이제 다시금 계절이 바뀌는 지금, 기본적으로는 상황이 달라지지는 않았다. 좀 전에도 앞집 개가 짖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 주인의 목소리로 짐작되는 목소리가 개를 꾸짖는다. 조용히 하라는 모양이다. 다행히 그 주인도 신경을 전혀 쓰지 않는 것만은 아닌 모양이었다.

파출소에 전화를 몇번인가 하다보니 이야기가 길어지는 경우도 있다. 한번은 이 동네는 하루에도 서너번은 개소리에 대한 민원들이 들어온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러고보면 나와 같은 문제로 괴로와하고 비슷한 감각을 가진 사람이 또 있기는 한 모양이다. 괜히 안심이 되기도 한다. 내 감각이 그리 유별난 것은 아니라는 점이 확인되어서인지, 아니면 그저 혼자만의 괴로움은 아니라는 위안인지는 모르겠다.

그러고보면 근본적으로 사람이 너무 많은 것이 문제다 싶은 생각까지 든다. 사람들이 너무 많으니 이렇게 붙어서 옹기종기 살아야 하고, 그러다보니 서로에게 어쩔 수 없이 영향을 주고받는 것이 아닐까. 소리도 그렇지만 냄새도 그렇다. 남의 집 저녁밥상의 메뉴를 내가 알아야 할 이유도 없거니와, 경우에 따라서는 그것이 불쾌한 경우도 있다.

어쩌면 나라는 인간이 좀 과하게 나만의 영역을 확보하려는 경향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문제의 얼마간은 나에게도 있겠지만, 어쩌랴. 그렇게 이미 여러 십년을 살아왔는데 말이다. 개소리로 시작된 잡념을 늘어놓다보니 이번에는 저 멀리서 터널 내 화재사고를 알리는 사이렌이 울린다. 안전을 위한 것이니 밤낮을 가릴 수야 없겠지만, 지금 이미 밤 열한시를 훌쩍 넘어있다. 언제까지 저 사이렌이 울리는 것일까.

Advertisements
소리에 관한 잡담

Leave a Reply

Fill in your details below or click an icon to log in:

WordPress.com Logo

You are commenting using your WordPress.com account. Log Out / Change )

Twitter picture

You are commenting using your Twitter account. Log Out / Change )

Facebook photo

You are commenting using your Facebook account. Log Out / Change )

Google+ photo

You are commenting using your Google+ account. Log Out / Change )

Connecting to %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