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월 육일의 기록

비가 내렸다. 산비탈 옆을 지나며 산사태라도 날 것 같다는 생각이 들만큼, 비가 내렸다. 누군가의 미련이라 생각했다. 떠나지 못하는, 보내지 못하는. 미리 파 둔 구덩이에, 고이 내려놓아지고서야 비가 그친다. 그제야 받아들이게 되는것일까.

비 속에 서서, 누군가에게는 세상이 끝난 듯한 먹먹함과, 다른 누군가에게는 그저 또 다른 하루의 일상에 불과한 몸짓을 본다. 죽은 자는 말이 없고, 산 자는 살아야 한다. 그래서 말이 많아지는 것일까. 했던 말을 또 하고, 다른 얼굴을 볼 때마다 똑같은 말을 되풀이한다.

세상 돌아가는 모든 것이 불만인듯한, 그러나 건강한 노인네가 혀를 끌끌차며 천막 안으로 들어선다. 전부가 다 개판이라며 한마디 내지른다. 뭐가 개판이고, 뭐가 엉망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지만, 문득 남몰래 저런 이도 살아있는데 싶다. 아쉽고, 죄스럽다.

버스를 이어타고 돌아오는 길. 자도 자도 피로가 풀리는 것이 아니라 되려 쌓여간다. 진흙탕에 빠진 발처럼 온 몸이 무겁게 내려앉는 기분. 그러나, 겨우 그뿐이다.

누군가의 죽음은, 남은 자들의 삶을 선명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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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월 육일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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