恨歎

참 바보같이, 시간만 흘려보내고 있다. 그런다고 달라지는 것은 없는데 말이다. 물론, 변명거린 있다. 이 무슨 보통일이냔 말이다.

보통일은 아니다. 그러나 보통의 사람의 보통의 인생은 흘러가지 않으면 안된다. 안다. 알면서도 안 가진다. 그 뿐이다.

슬퍼하냐고. 슬프다. 실망과 더불어 지지가 비판으로 바뀌었었지만, 슬프다. 목숨이 하나 사라지는 것, 더군다가 이렇게나 극적인 형태로 사라지는 것을 어찌 슬퍼하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 그렇다고 해서 지금 이 순간에 비판자로서의 내 입장이 흔들리는 것은 아니다. 인간적인 면모와, 감상적인 일화들이 그가 저지른 과오들을 덮어주는 것은 아니다. 여전히, 나는 그를 비판한다.

그러나 그와는 전혀 별개의 문제, 전혀 다른 종류의 감정이 있다. 그건 그냥 한마디로 분노다. 어처구니없는 분노다.

서울 한복판에서 사람이 다섯이 죽었었다. 그래도 이 정권의 무리들은 눈하나 깜빡하지 않았었다. 다만, 꺼진 촛불의 심지가 될 것을 두려워했을 뿐이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사람이 하나 죽었다. 눈하나 깜빡하지 않고 광장을 폐쇄한다. 법 조문 어디에도 없는 ‘촛불을 든 사람은 통행을 금지’할 뿐이다. 경찰의 버스 덕에 아늑하단다. 원망하지 말랬잖냐, 이제 화합할 때란다.

1년 반, 난 내 안의 상식이 모조리 무너지는 상황을 지속적으로 경험하고 있다. 대화도 안 통하고, 합리도 없고, 상식은 물론이요, 그나마 ‘실용’조차도 없는 집단에게 나라를 온통 들어 맡긴 어리석은 우리들이니 그 죄값을 치루는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해도해도 정말 너무하지 않은가 말이다.

비슷한 절망을 느끼지 않았을까 상상한다. 온갖 이유들과 나로서는 짐작조차 하지 못할 온갖 생각들이 그의 뇌리를 스쳐갔겠지만, 그 중에 합리와 상식, 논리가 통하지 않는 상대에 대한 절망 같은 것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나같은 凡夫마저도 이렇게 가슴이 답답한데, 그는 어떠했을까.

기억하자고 한다. 투표하자는 말도 보인다. 맞는 말이다. 그런데 정말 그걸로 충분할까. 3년 반 뒤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오늘을 기억할까.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오늘의 이 어처구니 없음을 기억하며 투표를 할까.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私益과 계급적 한계를 초월할 수 있을까.

그래서 결국 凡夫는, 한탄에 한탄만을 거듭한다. 어느 가까운 미래에, 이미 가늘어질데로 가늘어져버린 서쪽 하늘, 내 나라를 향한 관심의 끈을 놓는 날이 올 것이라는 예감을 하며, 오늘도 이렇게 한탄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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恨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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