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변

이 글은 제 미투데이3s님이 남겨주신 댓글에 대한 답으로 쓰여진 것입니다.

최근까지만 해도 저 역시 그렇게 생각해 왔습니다. 그러나 여러가지 의미에서 회의가 생깁니다.
정말 진정한 의미에서 ‘전진’한 것이었다면, 이런 식으로 순식간에 ‘후진’할 수는 없지 않을까 하는 게 제 의문의 출발점입니다. 사실, 저는 현 대통령이 대통령에 당선될 리가 만무하다고 믿었던 사람인데, 이는 적어도 압도적 다수는 아니라고 해도 다수에 의해서, 그래도 보다 정치적으로는 민주적으로 보이는 대통령을 둘이나 당선시킨 경험이 우리에게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저 또한 노무현에게 표를 주었던 사람이고, 그리고 노무현에게 실망도 많이 한 사람입니다만, 제가 노무현을 지지했던 그 어느 하나의 이유만으로도 저는 이명박을 지지할 수가 없었습니다. 저는 이것이 상식이라고 믿었습니다. 그런데 현실은 제가 순진하게 믿었던 것과는 전혀 관계없는, 터무니 없는 방향으로 흐르더군요. 이명박을 당선시킨, 다시 말해 이명박에게 표를 던진 이들 중의 상당수는 그 전의 대선에서 노무현에게 표를 준 사람들일 것입니다. 산술적으로 그렇지요. 그런데 이게 가당키나 한 일입니까? 이명박은, 적어도 정치적으로는 노무현이 상징한 모든 것에 반하는 인간인데, 그러한 사람에게 투표하는 정치행위가 일어나는 사회가 한국 사회입니다. 민주주의가 전진했었다면, 진정한 의미에서 조금이라도 작동하고 있었다면, 결코 일어날 수 없는 일 아닐까요.
물론 이명박의 등장과 당선을 경제라는 말로 설명들 하지요. 경제나 좀 살려보자고 다른 허물들에는 눈을 감아 준 것이라고 말입니다. 그런데, 세상 어느 민주주의에서 그런 일이 있는지 저는 모르겠습니다. 경제가 중요하고, 당장 먹고 사는 문제가 중요하지만, 지금 한국에서, 굶어 죽을 지경의, 절대빈곤에 시달리는 인구가 그리 많다고 보기는 힘듭니다. 다시 말해, 경제가 문제이긴 하지만, 적어도 지금까지는, 그리고 적어도 지난 대선의 시점까지는, 한국 사회와 그 구성원들에게 있어서 최소한 ‘생존’의 문제는 아니었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제를 내세우는 반민주적인 인사가 대통령에 당선되었습니다. 이런 사회를 민주주의 사회라고 과연 부를 수 있을까요. 또 하나의 의문입니다.
나아가서는, 지난 10년에 대해서도 비슷한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습니다. 87년 이후에, 적어도 ‘절차상의 민주주의’는 완성되었다는 이야기들이 자주 회자되곤 했습니다만, ‘절차상의’라는 수식어를 붙이는 그 단계에서 이미 그것이 진정한 민주주의는 아님을 인정하는 셈 아닐까 싶습니다. 또한, 지난 정권 하에서도 천성산 문제, 한미 FTA 문제, 대추리 문제 등등 매우 많은 비민주 혹은 반민주적인 행태가 있었습니다. 이라크 파병의 문제도 있었지요. 국가보안법 같은 구시대의 유물조차 되지 못하는 쓰레기를 치우지도 못했습니다. 그런데 지난 정권을, 그 전의 정권을 민주적이었다고 할 수 있을까요. 물론 현 정권같은 무식하고 처참한 수준은 아니었지요. 그 점을 부정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독재정권이 아니라고 바로 민주정권이 되는 것은 아닐테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지금은 이명박의 무리들에게 저항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믿습니다. 전선이 분명할 때는 힘을 집중해야 합니다. 이명박만 없어지면 세상이 나아질 것으로 믿는 순진함은 버려야지요. 그러나 이명박이 없어지면, 그만큼은 분명히 세상이 나아질 것을 믿습니다. 다만, 이명박을 비판하면서, 본질적인 의미에서는 그보다 그리 낫지도 않았던 지난 10년의 시절에 우리가 많은 것을 이루어왔다고 믿는다면, 결국 우리는 철저한 반성을 할 수 없을 것입니다. 이명박이 세상에 나와서 대통령이 된 것은, 우리 사회가 그것밖에 안되는 사회이기 때문이겠지요. 나은 사회를 만들어야 합니다. 이명박 한 명이 사라지는 것 보다 더욱 확실하고 탄탄하게, 다시는 이명박과 같은 이가 얼굴을 내놓을 수 없게 만드는 방법입니다. 그리고 바로 그것을 위해서, 저는 감히 지난 10년을, 나아가서는 지난 수십년을 철저하게 반성해야한다고 믿습니다.

(3s님께,
미투데이에서 답을 작성하다가 터무니없이 길어져서 이렇게 씁니다. 그냥 순간적으로 평소의 생각을 썼습니다. 논리적이지도 않고 제대로 전달되지 않을 부분이 있을지 모릅니다. 다른 생각이나 의견, 지적 모두 환영합니다. 언제든 말 걸어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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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thoughts on “답변

  1. 차분하게 하시는 말씀 잘 읽고 갑니다. 트위터가 좋군요~거기 아니었으면 와서 보지 못했을것 같습니다. 차분하면서도 열정적인 사람들이 주위에 많아서 요즘 어느때보다도 좋은것 같습니다. 몇년 후에는 조금이라도 더 즐거운 이야기 나눌 수 있을거라고 믿습니다. 그래야지요…^^

  2. 별로 차분하게 쓰지 못했다고 생각했는데 그리 봐 주시네요. ^^
    나아질 것을 믿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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