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을 위하여

오바마의 취임식 중계를 인터넷으로 보았다. 그의 취임 연설까지 듣고 잤다. 남의 나라 대통령이 누가 되든, 그게 무슨 상관이냐고 하는 이들도 있을지 모르지만, 적어도 오바마에 관한한 나는 매우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미국에서 유색인종이 대통령이 되는 것이 얼마나 어마어마한 역사적 의미를 가지는지, 아주 조금은 짐작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오바마의 정치적 입장이 어떠하건, 사실 그것은 이 역사적인 순간에 오히려 부차적일지 모른다. 물론 그의 정치적 입장이 지금의 그를 만든 원동력이었음은 부정할 수 없고, 그 이면에는 전임자의 막대한 실패도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 어떤 이유로도 오바마의 등장과 당선, 그리고 취임이라는 거대한 의미를 퇴색시키거나 반감시키지 못할 것이다.

이로써 세상은, 분명히 어제와는 다른 세상이 되었다. 내가 숨쉬는 공기는 어제의 그것이고, 내가 눈부셔하는 햇살 또한 어제의 그것에 다름아니지만, 내가 느끼지 못하는 어느 순간, 세상은 달라졌다. 그리고 앞으로 내가, 당신이, 우리 모두가 실감하게 될 것이다. 그것이 나의 기대이고, 희망이며, 확신이다.

그러나 달라지지 않는 세상도 있다. 태평양 건너에서, 200만이 넘는 인파가 새로운 시대의 도래를 축하하고, 온 세계 각처에서 그 순간을 주목하는데 극동의 작은 반도에서는 경찰에 떠밀려 쓰러지는 ‘시민’들이 속출한다. ‘민주’와 ‘자유’의 기치를 내걸고, 그 정신을 헌법에 명기한 땅에서, 시민도 권리도 인권도 평등도 민주도 없다. 사람들이 죽어 나가도 과격 시위를 비난하는 염치가 용인이 되고, 책임을 지려는 사람이 하나 없다. 그런 이들이 반도를 이끌고, 그런 이들이 나라를 움직인다.

그러나 정말 달라지지 않았을까. 이 집단이 정권을 장악하고 시대가 몇십년 거꾸로 간 것 같다고 하지만, 우리 모두 잘 알듯이 시대는 결코 되돌아가지 않는다. 먹고사는 문제가 절체절명의 문제였던 시절, 오로지 먹이고 입혀주면 참고 또 참았던 그런 시절이 아니다. 뇌의 용량이 2MB를 넘는다면 누구나 눈치 챌 일이다.

그런데 밀어붙인다. 사람들이 여럿 죽어 나간지 하루가 채 지나지 않았는데 ‘시민’은 물론이요, 심지어는 국회의원마저 경찰에 맞고 끌려간다. 한국은, 이명박 집단과 경찰들만의 땅이었단 말인가. 정말 그렇게 해서 온전히 임기를 채우고, 나라가 돌아가리라 믿는다는 말인가.

세상이 달라진다. 새로운 시대가 열린다. 당신이 느끼건 느끼지 못하건, 역사는 2009년 오늘을 그런 날로 기록할 것이다. 그 순간, 당신은 무엇을 하고 싶은가. 그 순간, 당신은 어떤 이름으로 남고 싶은가. 가능하지 않다고 믿었던 일들이 가능한 시대가 왔다. 내 땅에서도, 그러기를 바란다.

200만의 인파를 앞에 두고 연설하는 이의 기분은 어떤 것일까. 4000만을 적으로 돌리고 숨어 사는 이의 기분은 어떤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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