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바이에서 배워야 할 것

지난 17일 TV 아사히(朝日) 밤 뉴스인 보도스테이션(報道ステーション)에서 두바이 관련 특집(?)을 우연히 보았다. 요컨대 두바이의 건설붐이 어떤 식으로 파탄을 맞고 있는지, 그리고 그 이면을 지탱하는 인도 등지의 남아시아 출신의 노동자들은 또 어떻게 생활하고 있는지, 두바이식의 대규모 토목사업을 통한 경기 부양책의 위험이 과연 무엇인지 작금의 두바이가 여실하게 보여주고 있다는 내용의 것이었다. 보도스테이션의 홈페이지에 그 동영상이라도 올라오면 다시한번 찬찬히 보고 내용을 정리하고 싶었는데, 며칠 기다려도 올라오지 않는다.

두바이하면 다들 떠오르는 최근의 이미지가 있을 것이다. 세계에서 가장 호화로운, 범선의 모양을 본뜬 호텔, 해상에 건설하는 고급 리조트 등, 활기차게 움직이는 사막 위의 마천루 같은 것일까. 예전에 이명박도 두바이를 언급하며 그 활력을 배워야 한다는 이야기를 했다고 얼핏 어디선가 본 기억이 있다. 그렇게나 두바이는, 어느날 혜성처럼 등장한 별천지로 우리들의 눈에, 귀에 박혀있었다.

그런데 그것만은 아니었나보다. 지금 현재도 두바이에는 대규모 건설들이 이루어지고는 있지만 그 한편으로 갓 완성된 고급 맨션에는 입주자가 10%도 안되어서 고스트타운화 되어 있는 곳도 허다하다고 한다. 한때 부동산 가격이 치솟을 때 투기를 목적으로 고급 맨션들의 매매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그렇게 불과 몇달 사이에 2, 3배의 시세 차익을 손에 넣기도 했지만, 순식간에 그런 시절은 끝이 난 모양이다. 결국 두바이도 미국발 금융위기로 휘청이고, 밀물처럼 들어온 외국의 자본들이 더 급한 곳에 충당되기 위해 썰물처럼 빠진 뒤 남은 것은 텅 빈 채 팔리지 않는 고급 주택들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바이 정부는 계속 대규모 공사를 추진, 그렇게 경기를 부양하고자 한다는 것이다. 두바이 정부의 경제 고문이었던 이의 말이 의미심장했다. 정확하게 기억해내지는 못하지만 대충 이런 말이었다. “이런 것은 경제가 아니다.”

게다가 그런 두바이의 건설 현장은, 인도 등지의 남아시아 출신의 노동자들에 의해서 지탱되고 있다고 하는데, 이들의 생활이란 것이 휘황찬란한 두바이의 스카이라인에는 어울리지 않는 것이었다. 기껏해야 두세평 됨직한 방에 여섯명이 기거하면서 새벽부터 한밤까지 공사 현장에서 일하는게 그들의 생활의 전부였다. 휴일도 없이 그렇게 일하고 고작 몇 달러 –기억이 정확하지 않지만– 를 일당으로 손에 쥔다. 수도시설이 제대로 되어있지 않은지 온통 물바다 속에 늘어서있는 단층의 빈민가 위로 두바이의 마천루가 번쩍이는 풍경은, 매우 상징적이었다.

그러나 정작 무서운 것은 따로 있었다. 여러 곳의 건설 현장이 공사가 멈춘채 방치되어 있었다. 개발, 건설의 계획에 따라 주민들이 철수한 고급 주택가의 어떤 곳은 그대로 방치된채 쓸쓸한 빈 집들만 줄줄이 늘어서 있었다. 그 대부분이 아직도 깨끗한, 지은 지 얼마 되지 않음직해 보이는 집들이었다. 그렇게 새로이 조성된, 그것도 고급 주택가에마저 다시 개발 계획이 세워지고, 그래서 주민들이 다 이동한 마당에 계획이 진행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에서 대운하 운운하는 이야기가 들리기 시작했을 적에 나는 웃기만 했다. 설마 그렇게 비상식적이고 말도 안되는 일이, 조금이라도 현실화될 리가 만무하다고, 한국 사회의 상식을, 심지어는 ‘꼴통’들의 상식마저 믿었었다. 그런데 그런 얼토당토 않은 이야기를 들고나온 이가 대통령이 되고 천성산 같은 문제는 사소하게 보여질 이 이야기가 착착 진행(!)되는 것을 목격하면서, 기가 차고 어이가 없었다. 그래도 설마하는 일말의 기대가 있었던 것은, 이 ‘대운하’라는 발상이, 사실 상식의 관점으로 보면 단순한 코미디에 지나지 않는다는 점을 확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람 일은 두고 볼 일이었다. 촛불에 밀려서 대운하를 사실상 백지화하겠다던 대통령 아래에서, 이름만 바꿔 착착 이 계획이 진행되는 모양이니 말이다.

두바이에 관련된 일본 뉴스의 특집 꼭지를 보면서, 나는 자꾸 한국이 겹쳐 보였다. 대통령이 바뀐 직후 가까운 이들에게 이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이른바 ‘경제상황’이 조금이라도 나아지면 모를까 그렇지 않고 이대로 계속 나빠진다면 이명박은 절대로 대운하를 추진시킬 것이라고 말이다. 삽질하고 땅을 파야만, 경기가 살고 그것이 경제를 회복시키는 유일한 길이라고 믿는 고집불통이니 말이다. 그리고 금융이나 경제에 관한한 진실로 문외한인 내 눈에도 한국 경제는 당분간 결코 나아지지 않을 것으로 보였다. (물론 저들이 말하는 ‘경제’가 과연 어떠한 것을 의미하는 것인지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 보아야 할 일이다. 우리가 다들 잘 알듯이, 이명박 이전의 10년간, 한국 경제는, 그 수치만을 보면 확장을 거듭해오지 않았던가 말이다. 그럼에도 이명박과 한나라당이 ‘경제’를 들고나와 대통령에 당선까지 되었다. 기실 사람들이 경제가 문제라고 느꼈던 것은, 경제적 –자본과 자본에 의한 소유의– 인 격차가 그 언제보다 심화되고, 그로 인한 비정상적인 경제활동의 팽배가 원인일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그런 의미에서 지난 10년 정권을 담당했던 세력에 대한 책임추궁은, 엄밀하고 냉혹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그리고 결국, 폭풍같은 1년이 지나고, 다시 대운하 –4대강 정비 운운이 대운하를 위한 것이라는 것쯤은, 문자 그대로의 삼척동자라도 알 일이다. 그런 면에서도 이 정권은 얼마나 국민을 바보 취급하는가– 다.

대통령이 무소불위에 가까운 권력을 쥐고, 게다가 의회마저 대통령 눈치보기에만 급급한 여당이 압도적 다수인 판에 대운하가 아니라 아예 온 나라를 들어 팔아버리려 해도 막을 재간이 없으니 저들이 정말로 대운하를 추진하겠다면 일이 진행될 가능성은 매우 크다. 문제는, 대운하라는 것이 청계천에서처럼 대충 눈가림으로 마무리 지을 수 있는 규모의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4년 안에 완공 따위의 말이 돌지만, 4년이 걸릴지 혹은 40년이 걸릴지는 모를 일이다. 더 무서운 것은, 두바이에서처럼, 대규모의 공사가 여기저기에서 진행되다 멈추어 버리는 것이다. 온 땅을, 전 국민의 중요한 식수원을 온통 파헤쳐놓은 채 여기저기 온 나라가 흉물스런 공사판화 되어버리면, 그때는 과연 어쩔 일인가.

이 글을 쓰기 시작한 것이 이미 사흘 쯤 전이다. 며칠을 만지작거리며 조금씩 덧붙이고, 고치던 와중에 오늘 눈을 끄는 기사가 있었다. ‘전국토가 공사현장이 돼야 국민이 희망을 가진’단다. 이런 처참하고도 무책임한 말이 한국의 제1당, 여당의 대표 입에서 나온 소리이다. 정치를 업으로 하는 자는 국민을 생각하고, 국토를 생각하고, 삶을 생각해야 하는 것 아닌가. 한국의 정치가라는 이들의 대다수가, 실은 정치와는 거리가 가장 먼 이들이라는 것 쯤이야 진작에 알고는 있었던 일이라고 하지만, 저런 말이 아무렇지도 않게 흘러 나오고, 그것을 부끄러워할 줄 모르는 이가 정치의 중요한 일각을 차지하고 있다니, 한국인으로서 무지하게 자존심이 상한다.

그런데 문제는 자존심만 상하고 끝날 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나 어릴 적에는 한국의 산천은 금수강산이라 해서 자랑으로 여기라고 배웠다. 길이길이 금수강산을 후손에 전하자고 배웠다. 그런데 이제 그 금수강산을 파헤치려는 무리들이 한국을 움직이고 있다. 한번 파헤치면 설혹 훗날 다시 복원시켜야 할 절대적인 필요가 생겼을 때, 그걸 어찌 덮을 것이며, 그 파고 덮는 비용은 결국 누가 충당할 것인가. 막대라는 형용사로 형언하기 어려울 그 비용도 물론 커다란 문제이긴 하지만, 마실 물이 없어지고, 온 땅이 공사판인 채 폐허가 되기라도 한다면, 물도 수입해서 사 마시고, 공기마저 사 마시고, 그렇게 살아갈 것인가.

짤막한 뉴스 꼭지를 보고서 며칠이 지나지만 여전히 생각이 많다. 물론 두바이와 한국은 비슷한 점보다 다른 점이 더 많은 사회일지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정권을 담당한 세력의 정신은 매우 닯은 점이 있나보다. 주지의 사실이지만, 두바이는 왕정 국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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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바이에서 배워야 할 것

One thought on “두바이에서 배워야 할 것

  1. camino의 생각…

    ‘두바이가 위험하다’는 경고등이 켜진 지도 이미 몇 달이 지났지만 한국은 여전히 두바이 코드의 그림자로부터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제2롯데월드다.(프레시안)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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