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읽기를 위해서

‘글이 길어서 다 읽지는 못했는데’라며 글쓴이를 비판하는 사람들을, ‘자주’ 본다. 그들이 길다고 이야기하는 글이란 대개 A4로 치면 한장도 되지 않을 분량이다. 물론 컴퓨터 화면으로 무언가를 ‘읽는다’는 행위는, 물리적으로도 매우 피곤할 수 있는 행위이다. 그래서 정말 정밀하게 읽어야 할 것으로 판단되는 글은, 대부분 프린트아웃해서 읽곤 한다. 조금 긴 글을 읽는 것이 피곤할 수도 있다는 점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는 이야기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서 말한 정도의 분량이 길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좀 과하다 싶다. 그 정도의 길이를 감당해내지 못하는 사람이라면, 대체 ‘독서’는 어찌 할 것인가. 하긴 그러고보면 지구상에서 가장 책을 안 읽는 사람들이긴 하다. 애초에 ‘독서’란 것이 없을 수도 있다는 점을 내가 간과했구나.

거기까지 이해했다고 해도 여전히 의문은 남는다. 글이 길어 눈이 피곤하고, 어차피 독서의 의미따위 인정하지 않으니 긴 글 읽는 훈련, 습관은 없다 치자. 그러면 글을 끝까지 읽지도 않고 글쓴이를 비판하는 베짱, 혹은 교만은 어디서 나온 것일까. 글이란 경우에 따라서는 그 끝에 가서야 비로소 글쓴이의 진의가 드러나는 경우도 있는 것이라는 것쯤은, 초급의 교육을 받은 사람이라면 누구든 다 아는 사실 아닌가. 처음과 중간을 잘라 읽어서야 글쓴이가 무엇을 이야기하려는지, 그 생각의 처음과 끝이 무엇인지 제대로 알 수 없다는 점은 자명하지 않은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것을 알았다는 듯이 글을 비판한다. 무엇을 근거로 비판하는 지 모르겠다. 그리고 그런 비판들은, 당연하게도, 대개의 경우 허탈하다.

‘난독증’이라는 말이 유행같다. 난독증이건, ‘글이 길어서 다 읽지는 않’건, 사실 다 따지고 보면 상대에 대한 성실함의 문제이다. 비판을 하려면, 공격을 하려면 최소한 그 글을 전부 꼼꼼히 읽고, 그래서 나름대로 이해한 다음에 해야 하지 않을까. 그것이 상대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 아닐까 말이다. 예의를 이야기하고, 성실을 이야기하니 고루하고 진부하지만, 세상이 아무리 변하고 세월이 아무리 흘러도 사람 사는 이치에 바뀔 것은 없다. 그 정도를 이해하고, 그 정도를 납득하지 못한다면, 적어도 입은 다물고 사는 염치라도 가지자. 최소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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