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시안, 광고

Firefox를 쓰기 시작하고서부터는 –이제 한 4년 가까이 되는 것 같다– 팝업이나 웹 광고들로부터 상당히 자유로워졌다. 사실 애초에 Firefox의 존재를 알게 된 것도 팝업에 대한 대책을 찾던 도중이었다. OS X를 주로 사용하게 되고나서도, Safari나 Firefox의 강력한 –이라기보다는 만족스러운이라는 표현이 더 걸맞겠다– 광고 차단 기능들 덕에 대부분의 보기싫은 광고들은 보지 않고 살 수가 있다. 그래서 오늘까지만 해도 즐겨 읽는 프레시안에 기사를 클릭하면 뜨는 팝업 광고가 있는 줄 몰랐다.

최근에 OS X에서 Opera를 쓰기 시작했다. 웹 브라우저로서가 아니라 메일과 피드 리더로 말이다. OS X에 포함되어있는 Mail.app에 불만이 많았던 터라 Opera Mail을 요 며칠 사용해 보는 중이다. 그래서 결과적으로 두가지 이상의 웹 브라우저를 늘 띄운채 사용하고 있다. Opera만으로는 여전히 보기 어려운 사이트가 많아 결국 Firefox –혹은 Safari– 를 같이 사용하지 않으면 안된다. 하여간, 그렇게 며칠 시험삼아 쓰고 있던 참이다. 그러니 당연히 무의식적으로 Opera에서 웹 페이지를 읽게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렇게 알게 되었다. 별 생각없이 프레시안의 기사를 클릭했는데 난데없이 팝업이 뜬다. 물론 Opera에서도 그런 광고쯤 얼마든지 차단할 수 있다. 웹 브라우저로 그다지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그런 수고를 하지 않고 있는 것 뿐이다. 작은 시간을 들여 차단해 놓고 잊으면 그만이다. 그런데 나는 그렇게 무심하게 넘어가지 못하겠다. 프레시안이기 때문이다.

프레시안의 사정이 어렵다는 이야기는 들었다. 광고를 유치하고, 광고를 사이트 여기저기 띄우는 것에 반대하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 기사를 클릭하여 열리는 페이지 중앙에, 떡하니 팝업이 뜨는 형태는, 나의 감수성으로는 도저히 받아들이기 힘든 것이다. 그 꼴이 보기 싫어서 쓰던 웹 브라우저마저 바꾼 나다. 하지만 온라인 쇼핑몰이나, 하고 많은 쓰레기 미디어들의 사이트나, 그도 아니면 촌스러움의 극치를 달리는 포털들의 메인페이지에서 그런 팝업에 조우하게 되었다면 조용히 떠나거나, 아니면 광고 차단에 한줄 추가했을 것이다. 그런데 여기는 그런 데랑은 다른 데 아닌가 말이다.

프레시안이라는 매체가 무슨 절대선이라도 되는 것처럼 여기는 것은 아니다. 다만, 나 개인적으로 그 어느 한국어로 되어있는 매체보다 신뢰할 만한 곳이라고 느끼고, 그래서 매일같이 드나들었던 곳이다. 그 논조와, 그 자세와, 그리고 실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여타의 사이트들과 확실하게 달랐던 사이트의 디자인 –읽기가 편했다. 그리고 나아가서 사이트 디자인에도 그 사이트를 운영하는 주체의 철학이 엿보인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같은 것들이, 나로 하여금 그런 신뢰를 갖게 했다. 그런데 이런 형태의 광고라니.

다시 말하지만, 광고 자체를 비난하는 것이 아니다. 문제는 어떤 형태로 광고를 배치하고, 노출시키느냐 하는 것이다. 기사를 읽기 위해서는 클릭을 하지 않으면 안되게 해서, 독자로 하여금 보도록 ‘강요’하는 형태. 웹 광고의 상당 부분이 그러하지만, 과연 그것이 프레시안과 같은 매체에서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인가. 아니, 받아 들여도 되는 것인가.

그런 팝업이 왜 나쁜가. 어차피 독자는 클릭 한번 하면 안 볼 수 있는 것이고, 프레시안은 광고 수입을 얻어 그걸로 더 좋은 기사를 생산하면 되는데 말이다. 그런데 그럴까? 정말로 그럴 수 있을까? 그렇게 하나를 용인하고 둘에 눈 감았을 때, 자, 그 다음은 어디까지 나아갈 것인가. 그렇게해서 어떻게든 살아남아 버티는 것이 중요할까, 아니면 지킬 것을 지키는 것이 중요할까. 아니면 지킬 것이 아니라고 생각했던 것일까.

기사 한복판에 뜨는 팝업 광고가 왜 나쁜 것인지, 왜 받아들이기 힘든 것인지, 나에게는 모든 이들을 설득할만큼의 논리가 없다. 아니, 사실 이는 논리적인 거부라기보다는 오히려 정서적인 것일지 모른다. 다만 그것이 수용자 –소비자?– 의 선택을 박탈하는 강제적인 것이라는 점에서 상당히 ‘악질적’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최소한 보지 않을 수 있는 선택의 여지는 주어야 하는 것 아닌가 말이다.

웹을 기반으로 한 미디어가, 더구나 프레시안과 같은 그리 크지 않은 규모의 매체가, 수익을 올리고 그래서 유지되기 위해서는 싫어도 광고라는 수단에 의지하지 않으면 안되는 사정이 있으리라. 그러나 사이트 한쪽에서 조용히 눈길을 끄는 광고라면 몰라도, 독자의 면전에서 춤을 추며 눈을 괴롭히는 수단에까지 손을 벌려야 할까. 세상의 대부분이 미쳐 돌아가던 시절에, 온갖 돌팔매질에도 꿋꿋하던 프레시안이다. 이제 그 기운이 다 빠진 것인가. 아니면 그렇게 포기에 가까운 타협마저 하지 않으면 안될 정도로 심각한 상황인가.

오늘이 지나고 내일이 지나도 나는 프레시안을 즐겨 읽을 것이다. 보기싫은 광고 하나 보았다고 떠나기에는 아까운 곳이다. 그러나 그래서 더 무서운 일이다. 이렇게 조금, 프레시안에서 틈이 보이는 것이 말이다. 그래서 모쪼록 프레시안이 더 힘을 내어 주었으면 좋겠다. 그 어느 때보다 더 그 힘이 절실한 시절 아닌가 말이다.

*이 참에 프레시안에 후원이라도 조금 하자 싶어 후원하기 링크를 눌러 실명인증을 하려니, 그 이상 나아가지를 않는다. Safari, Firefox, Opera 등, 지금 사용할 수 있는 모든 브라우저로 시도했는데도 마찬가지이다. OS의 문제인가, 아니면 브라우저의 문제인가. 이것도 그다지 즐거운 경험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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