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 잡설

독도 문제로 들끓는 한국 안에서, 일본에 대해서는 온 나라가 아마추어구나 싶다. 소위 전문가들의 이른바 분석들이라는 것은 거의 음모론에 육박하고, 정부의 대응은 기가 차고 한심해서 짜증도 나질 않는다. 원로들이 성명을 내고 일본에 대해서 강경 대응을 요구했다는데, 왜 일본에 대해서는 강경이고, 미국에 대해서는 굴종인지 나의 상식으로는 이해를 못한다.

독도. 결국 자초한 것은 한국이다. 지난 번 일본의 시마네현(島根県)에서 ‘다케시마의 날’을 조례로 정한 것을 계기로 양국이 한참 시끄러웠던 바로 그 때, 오늘을 자초한 것이다. 왜냐하면 그 전까지는, 아니 실은 온 한국이 들썩이고 나서도 제법 지나서야 일본인들의 대부분은 독도, 다케시마의 존재를 비로소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역설적으로 한국에서 과격하게 대응을 함으로써 그들의 독도에 대한 관심을 고취시켰고, 그 관심이 오늘까지 이어진 것이라고 보는 것이 맞겠다.

시마네현이 어떤 동네인지 아는가. 일본에는 47개의 광역 행정구역이 있다. 동경도(東京都), 홋카이도(北海道), 오사카부(大阪府), 교토부(京都府), 그리고 나머지 –우리의 도에 해당하는– 현(県)들. 그 중에서 가장 사람들의 관심 밖에 있는, 심지어 그 위치조차 많은 일본인들이 모르는, 그런 곳이다. 문제는 이 현이 동해에 연해있고, 그래서 어민들을 다수 인구에 포함하고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풍요로운 독도 주변의 어장에 접근하고 싶은 어민들의 요구가 거셀 것은 명약관화한 사실이다. 그런 그들이기 때문에 독도를 이슈화하려는 것이었을 것이다. 아니, 사실 일종의 현의 어민들에 대한 지방 의회의 제스추어에 불과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난데없이 한국에서 불길이 치솟았다. 온 나라가 들썩이고, 대마도를 건드리고 하니 아무 생각도, 관심도 없던 대다수의 일본인들에게는 이상하게 비쳤을 것이다. 결국 중앙의 언론들이 다루기 시작한다. 그럼 그 누가 있어 ‘독도는 사실은 한국 땅입니다’ 하겠는가 말이다.

한국민이 독도를 당연한 우리 땅으로 생각하는 것 처럼, 일본인 그 누구도 다케시마가 일본 영토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이는 없다. 이는 보수, 진보 –일본에서는 혁신이라는 말이 더 자주 사용되지만– 를 막론한 말이다. 요미우리 신문의 보도를 인용하는 야당 원내대표를 향해서 여당은 일본의 보수 언론의 보도를 믿느냐고 했단다. 일본의 보수이냐 아니냐가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요미우리건 산케이건, 한국에서는 진보 성향으로 알려져 있는 아사히건, 독도는 다케시마다. 그들이라고 사료가 없고, 근거가 없으리라고 생각하나. 우리에게만큼 그들도 근거는 충분하다. 물론 그 근거들에 대해서는 그야말로 ‘전문가’들의 분석이 필요한 것일게다.

또 한가지 한국에서 오해하는 것은, 일본의 지방자치가 한국의 그것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뿌리가 깊다는 사실이다. 지난 번 시마네현 사건의 경우에도 내 기억이 맞다면 시마네현에 대해서보다는 일본 중앙 정부에 대응을 요구하는 움직임이 더 많았었는데, 이는 그야말로 무지한 행위이다. 물론 지방 정부가 중앙 정부의 영향을 받지 않을 수는 없고, 최근에는 지자체들의 재정 상태가 워낙 좋지 못하기 때문에 중앙 정부의 지원을 절대적으로 요청하는 실정이기는 하다. 그러나 지방 의회에서 정한 조례를 중앙에서 어찌한다는 발상은 한국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이런 상식이 한국에는 없었고 지금도 없어 보인다. 그런데 무슨 제대로 된 대응을 할 수 있다는 말인가.

일본의 극우들은 정말 공부를 열심히들 한다. 비록 그들이 인용하는 자료들, 그들이 참조하는 근거들이 정당하지 못한 것이기 때문에 결국 그들이 도출해 내는 결론도 부당한 것이 대부분이기는 하다. 그러나 공부는 철저하게 한다. 일본의 시사 토론을 한번이라도 주의깊게 본 사람이라면 다들 그렇게 느낄 것이다. 당연히 그에 맞서려면 이쪽은 그 배의 공부를 해야한다. 독도에 대해서도 그들이 내세우는 사료, 근거들을 합리적이고 이성적으로 논박하여 이길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역사를 철저하게 공부하는 학문적인 분위기, 전통이 존재해야 한다. 그리고 이런 것들은 하루 아침에 만들어지는 것은 결코 아닐 것이다.

‘대학도 산업이다’라는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는 이가 5년간 한국의 대통령이었다. 그 후임자는 한술 더떠서 온 나라를 뒤엎어 운하를 파겠단다. 경제, 성장, 선진만 외칠 줄 알았지, 정작 자기네 영토 하나 제대로 못 지킨다. 영토를 영토라고 주장할 수 있는 학문적, 논리적 근거 하나 제대로 만들지 못한다. 이러면서 ‘실용’을 부르짖고, 그런 이를 선택한 나라다. 그러다가 이런 이슈가 튀어나오면 혈서를 쓰고 불을 지르고 일장기를 태운다. 가슴에 손을 얹고, 과연 이것이 정상이라 할 수 있는가.

독도는 한국 땅이다. 나는 그렇게 배웠고, 그래서 그렇게 믿고 있다. 이제 몇년이 지나면 다케시마는 일본의 고유 영토라고 배운 사람들이 일본 전국에서 등장할 것이다. 그리고 그런 이들이 성장하고 기성 세대가 되어 정책을 결정하고 외교의 최전선, 무역의 최전선에 등장하는 날, 한국과 일본은 어떻게 마주할 수 있을 것인가. 지금 우리가 걱정해야 하는 것, 고민해야 하는 것은 바로 그런 미래이다. 그런 시각을 가진 일본 전문가, 정부 외교 관료, 대통령을 바라는 것은 한국민으로써 지나친 욕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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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e thought on “독도 잡설

  1. 걱정스러운 일이지요. 정작 나부터도 그동안 뭘 해왔나 싶기도 합니다. 개인으로서라도 뭔가 할수 있는 일이 있었을텐데 말입니다..누구 탓할 일이 아닌게지요…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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