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생각

1.
소유와, 오직 소유를 위한 소비에 대해서 의문을 가져본 적이 없는 이라면 소유를 거부하는 이유를 쉬이 납득하기는 어려울지도 모른다.

2.
얼마 전, 가족을 데리고 놀러 왔던 친구가 의아하다는 듯이 물어 온다. 왜 차를 사지 않고 지내냐고 말이다. “거추장스럽잖아.”라는 나의 대답에 그의 표정은 더욱 이해하기 힘들다는 것이 된다. “대체 뭐가?”

3.
하긴 스스로를 자동차 매니아라고 일컫는 그에게 차(車)라는 물건은, 오히려 즐거움만을 의미할지도 모른다.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그런 그의 취향에 기인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아이들을 데리고 놀러 간 디즈니랜드에서조차 이곳의 하루 수입이 얼마나 될 것인가를 진지하게 생각하는 그의 사고는 분명 나와는 멀리 떨어진 것이다.

4.
어려서부터의 친구지만 이렇게 간격이 생겨나는 것은 어찌할 수 없는 일이다. 내가 나의 길을 가듯이, 그 역시 그의 길을 가는 것은 당연한 일이 아닌가. 그리고, 그런 간격과 차이들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를 여전히 좋아하고, 그 우정이 지속되기를 바란다. 다만, 어쩌다가 이야기가 한국의 정치에 미쳤을 때, 노무현을 공산당이라 칭하며 적개심을 드러내는 그의 어조는, 똑같이 노무현을 싫어하는 나로서도 받아들일 수는 없는 것이었다. 그저 웃으며, 그런 발언은 공산당을 모욕하는 것이라며, 농담으로 그 자리를 벗어날 수밖에 없었다. 멀리서 온,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 굳이 언쟁을 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고, 동시에 그와 나 사이의 간격을 그에게까지 확인시켜주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5.
그러나 한번 벌어지기 시작한 틈은 어쩔 도리가 없다. 그가 내 오랜 친구이기에 그런 간격을 이유로 그를 멀리하지는 않겠지만, 가까운 장래의 어느 순간부터 그를 만나는 일이 오직 즐거움이지만은 아니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그다지 유쾌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엄격하고 냉정하게 이야기하자면, 사실 그와 내가 이리 가까운 친구가 되고 여러 해 그 우정을 지속해 오고 있는 것은, 겉으로 드러난 사소한(?) 차이들에도 불구하고 그와 나는 본질적으로 같은 부류에 속하는 인간들이라는 반증일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항상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면, 한편으로는 스스로를 경계해야 할 필요를 느끼면서도, 동시에 미미한 안도를 느끼는 것은, 내가 보잘것없는 인간이라는 증거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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