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소개하는 어려움

제목이 이상하다. 안다. 가장 먼저 머리에 떠오른 제목을 그대로 쓴 것이다. 그런데, 저 제목이 내가 지금부터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표현하고 있는지, 솔직히 나도 모르겠다. 그냥 내 느낌으로는 대충은 말이 되는 것 같다. 제목 이야기는 그쯤만 해 둔다.

난, 가능한한 ‘익명’으로 블로그를 끌고 갈 생각을, 블로그라는 것을 처음 만들 때부터 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자유롭기 위해서였다. 익명이 아니면 자유롭지 않은가 하면 꼭 그런 것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내게 있어서 익명은, 익명의 블로그는 ‘자유’였다. 그리고 그것은 지금도 마찬가지이다. 물론, 나의 ‘뒷조사’를 하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얼마든지 가능은 하리라 생각한다. 다만, 그렇게 하릴없는 인간들이 설혹 있다 해도 그리 많은 수는 아닐 것이라는 게 나의 예상인 동시에 기대였다.

무엇보다 내가 두려웠던 것은, 나의 정체(?)가 나를 모르는 불특정의 다수들에게 밝혀지는 것이 아니라, 나를 아는 특정의 소수가 이 블로그의 존재를 알아내는 것이었다. 우리 모두 여러 번 겪었듯, 세상은 무척이나 좁지 않은가. 언제, 어떻게, 누군가가 나를 찾아 내어 이곳을 들락날락 할 지 모른다. 그것을 피하고 싶었다. 이유는, 앞서 이야기한 그대로이다. 나의, 내 블로그에서의 자유를 위해서다.

그런데 문제는 말이다. 가끔, 아주 가끔 나를 조금이라도 드러내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최소한의 정보를, 얼마 안되는 이 블로그의 방문자들께는 제공을 해야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그것이 가끔은 내 글과 생각을 전달하는 데에, 그리고 받아들이는 데에 도움이 되지는 않을까 하는 막연한 생각 때문이다. 이런 생각은, 내가 다른 이들의 블로그에서 하는 생각들이기도 하다. 그리 많은 경우는 아니지만 간혹, 이 글을 쓴 이는 어떤 사람일까 -대상이 되는 글이 좋은 글인 경우만큼이나 그 반대의 경우도 많다- 하고 궁금해지는 때가 있다. 그리고 상당수의 블로그에서는, 비록 그것이 만족할만큼은 아닌 경우가 많지만, 그런 정보들이 공개되어 있다.

형식은 제각각이다. 때로는 무척이나 딱딱한 느낌으로 이름, 생년 등의 ‘객관적’ 정보들이 나열되어 있다. 어떤 곳은 마치 독자들에게 이야기하듯이 자기를 풀어 놓기도 한다. 다른 곳은 문답식으로 자신을 소개하고 있다.

워드프레스로 블로그 툴을 바꾸기 전, 태터툴즈를 이용하던 블로그에서는, 실은 매우 짤막한 Profile을 적어두었었다. 몇년에 어디서 나서, 어떤 학교를 다니고, 지금은 어디에 산다는 식의 ‘최소한(?)’의 나에 대한 정보를 적었다. 워드프레스로 옮기면서, 내가 적었던 나의 글들을 추리면서, 그 Profile은 옮겨오지 않았다. 그 짦은 ‘소개’가 너무 허탈했기 때문이다.

굳이 소개를 한다면 가장 좋은 방법으로, 그리고 가장 나를 적확하게 표현할 수 있는 방법으로 하고 싶었다. 나이와 이름과 출신학교 따위의 것들은, 나를 표현하는 일부는 될 수 있을지 모르지만, 나라는 인간을 대표하는 것들은 아니리라는 생각이었다. 사실 블로그에서 그 글쓴이에 대해서 궁금해지는 것이, 그가 몇살이고, 어디에 살며, 학교는 어디를 졸업했나 하는 것들은 아니지 않은가. 그런 것들 보다는 그가 평소에 어떤 생각들을 하고, 어떤 글들에 공감하며, 어떤 감수성을 지닌 사람인가 하는 것이 궁금하지 않은가. 적어도 나는 그렇더라. 그래서 고민을 한다.

얼마 전에 블로그의 링크 페이지에 내 나름대로 조금 추린 Blogroll을 공개 -실은 내가 구독하는 블로그들은, 저 리스트보다 훨씬(!) 많다- 한 것도 실은 이런 이유들 때문이었다. 내가 어떤 블로그들을 구독하고, 어떤 것들에 관심을 가지고 있고, 또 어떤 블로그들에 공감하는지를 알게 되면, 조금은 나라는 인간에 대해서도 짐작하는 바가 생기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기대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것은 내가 다른 블로그들을 돌아다니며 눈여겨 보는 부분이기도 하다.) 하지만 과연 저것만으로 좋을까.

요즘, 블로그를 열어 볼 때마다 ‘내 소개’ 페이지를 만들까 하는 생각을 한다. 하지만 어렵다. 무엇을, 어떻게, 그리고 얼마나 보여야 그것이 적절한, 나에 대한 소개가 될 수 있을지 모르겠다. 궁금해하는 -궁금한 이들이 있다면 말이다- 이들을 만족시켜 주면서도 동시에 나의 ‘자유’를 지킬 수 있는 범위와 방법을 찾는 것이 어렵다. 무지 어렵다. 그래서 생각은, 항상 생각으로만 끝난다.

그러나 어느 순간, 너무나 매력적인 자기 소개글을 어디선가 발견이라도 하면, 그것을 따라 할 지도 모르겠다. 갑자기 문득, 예전에 쓰던 Profile을 하나의 페이지로 만들어 떡하니 올려 놓을지도 모르겠다. 혹은, 영영 내 소개따위, 이 블로그에서 못 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어느 경우이건 간에, 오랜 고민의 결과일 것이라는 사실만은 분명하다. 물론 그 결과가 꼭 최선이라는 보장은 없지만 말이다.

글을 끝내면서 덧붙이고 싶은 말이 있다. 이 글을 읽은 이들 중에는, 내가 스스로를 매우 감추고 싶어하는 인간이라는 인상을 받은 이들도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아니다. 어설픈 ‘노출’이 싫을 뿐이지, ‘폐쇄’를 희망하지는 않는다. 그리고, 그 어떤 경우에건 ‘자유’를 잃고 싶지 않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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