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세대의 수강신청

오랜만에 몸살기가 있었다. 몇년만에 한번씩 감기, 몸살을 하지만, 보통은 그 한번이 일주일 이상을 가는 경우가 많아 어제 아침에 몸살기운이 느껴질때 조금 걱정했었다. 그렇게 하루를 온통 날리며 이불 속에서 뒹굴었더니 다행히 오늘은 많이 나아졌다.

그래서 지금은 학교 연구실이다. 실은 오늘까지 올해 수강신청 –여기서는 일년치를 한꺼번에 한다– 이기에 어쩔 수 없이 나왔어야 했다. 올해는 어차피 논문을 써야하니까 수강신청이래야 연구실 전원이 출석하는 발표수업뿐이긴 하지만 어쨌건 신청을 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런데 문제는 그 방법에 있다. 학부의 경우는 모르겠지만 대학원의 경우에는 서류를 제출하고 다시 같은 내용을 학교 네트워크를 이용하여 등록해야 하는데, 내가 한국에서 졸업한 대학에서는 이미 1학년 신입생이던 시절 – 90년대 초 -부터 컴퓨터를 이용해 수강신청을 했었던 것을 생각하면서, 불편함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동시에 손으로 직접 처리하는 행위가 주는 묘한 신뢰감도 느낀다. 주어진 양식에 수업명과 담당교수의 이름을 직접 적어서 그 ‘종이서류’를 교무담당 직원에게 건네는 행위 – 한국에서 대학을 다니며 거의 해 보지 않았던 – 를 통해 비로소 내 ‘일’이 완료되었음을 실감하게 되는 것이다. 이런 느낌은 악셀레이터를 꾹 밟으며 느끼는 가속감보다, 한걸음, 한걸음 내 다리로 걷는 걸음이 더 유쾌하고 착실한 느낌을 주는 것과도 일맥상통하는 것일게다.

문득, 나는 지금과 같은 기술지상의 시대에, 사람의 ‘손’을 더 믿는, 그리고 믿고 싶어하는 ‘낡은’ 세대에, 어느새 속하게 되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스친다. 그리고 그런 생각들이 아주 조금의 불쾌나 어색함도 동반하지 않는 것은, 스치는 생각이 그저 근거없는 생각, 혹은 추측만이 아니라는 반증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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