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시대의 일단락

오래 전에 MBC에서 방송된 ‘조선왕조 오백년’이라는 대하드라마 시리즈물이 있다. 제목 그대로 조선시대의 이런저런 시기들을 드라마로 재구성한 것으로 어린 나도 제법 챙겨 보았던 기억이 난다.

그 중에서도 기억에 남아있는 것이 임진왜란을 다루었던 – 제목도 ‘임진왜란’이었던가, 기억이 확실하지 않다 – 시리즈이다. 그리고 그 시리즈에서 이순신역을 맡았던 것이 오늘 새벽에 돌아가신 배우 김무생이었다. 그 이전에도 아마 그를 여러차례 보았을 테고, 그 이후에야 더 말할 필요도 없다. 하지만 내 기억속의 ‘김무생’이라는 배우는 언제나 ‘이순신’이었다. 아마도 어린 시절의 기억, 인상이어서였으리라.

그 런 그가 죽었다 한다. 어려서부터 TV를 켜면 늘 볼 수 있었던 얼굴이 또 하나 줄었다 한다. 기실 그에 대한 특별한 호불호를 갖지 않았던 터라, 마음이 아리거나 슬프지는 않지만, 익숙했던 중견 – 기사에서는 ‘원로’ 배우라고 칭하던데, 요즘 세상에 그의 연배가 ‘원로’에 가당한가? – 배우 한명이 저 세상으로 갔다는 소식 – 게다가 기억에 확고하게 남아있는 인물이기에 더욱 – 은, 이런저런 상념들을 불러일으키게 한다.

이렇게 내 어린 시절이 또 한번 정리되고 일단락되어 가는구나. 이렇게 또 하나의 ‘작은 시대’가 저물어 가는구나. 하지만 돌이켜보면 결국 세상사가 그러한 것 아닌가. 익숙한 이름들이 하나, 둘 사라지고, 어느덧 그런 소식들에 무뎌갈 무렵이면 어느새 다음 차례는 나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세상은 흘러가는 것이리라. 마치, 아무 일도 없었듯, 너무나 자연스레, 그리고 당연하게.

Advertisements
작은 시대의 일단락

Leave a Reply

Fill in your details below or click an icon to log in:

WordPress.com Logo

You are commenting using your WordPress.com account. Log Out / Change )

Twitter picture

You are commenting using your Twitter account. Log Out / Change )

Facebook photo

You are commenting using your Facebook account. Log Out / Change )

Google+ photo

You are commenting using your Google+ account. Log Out / Change )

Connecting to %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