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 이야기

언젠가 한번은 담배를 주제로 글을 쓰리라 생각만 하고 미루기를 여러 달, 얼마 전에 인터넷을 통해 본 뉴스 기사 – 담배 금지 법안에 관한 – 가 생각이 났다.

담배를 끊은지 이제 3년이 다 되어간다. 고등학교 시절부터 피우기 시작하여 만 10년하고도 다시 몇년을 더 피우다 끊었다. 나를 아는 모든 이들이, 내가 담배를 끊었다고 이야기 하면 헛소리 말라고 할 정도로 피워댔었다. 실은 나 자신도 평생 담배를 끊을 날이 오리라고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었다. 가장 심하게 피울 적에 하루 세갑, 끊기 직전, 가장 적게 피우던 때에도 하루에 반갑 정도는 피웠다. 그래도 끊기 직전 즈음에는 되도록 약한 걸 찾아 피우기는 했지만 말이다.

난 담배를 정말 좋아했다. 흔히들 애연가라는 단어를 쓰곤 하지만, 가끔은 그 단어가 바로 나를 가리키는 말이라고 스스로 생각할 정도로 좋아했다. 상쾌한 아침 나절의 담배, 나른한 오후의 담배, 소리없이 적막한 깊은 밤의 담배, 새벽녘의 담배, 혼자 피우는 담배, 둘이 나눠 피우는 담배, 쉬는 시간에 강의실 밖에서 둘러 서서 모여 피우는 담배 등, 셀 수 없는 수많은 장면들과 순간들의 담배를 사랑했다. 조금의 과장도 없이 담배는 내 인생의 일부였다. 실제로 담배를 끊은 직후 한참을, 정말 한참을, 마치 실연이라도 당한 듯한 상실감에 시달려야 했었다.

심지어는 여자를 만날 때도 담배를 피우는 이를 찾았다. 담배 연기가 싫다고, 고개를 돌리고 눈썹을 찌푸리는 이들은, 내가 먼저 외면했다. 동시에 담배를 피우는 여성들도, 같은 이유로 나를 환영해 주었다. 지금이야 말도 안되는 소리일지 몰라도 90년대 초, 중반까지만 해도 담배를 피우는 여성들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들 – 특히 남성들의 – 이 많았다. 나는 그저 내가 편하기 위해서, 그리고 내가 하는 일을 타인에게 금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여겼기 때문에 별다른 편견 없이 여성 흡연을 받아 들였던 것이다. 아니, 더 반가와 했던 것이다.

대학을 졸업할 무렵, 건강을 다쳤다. 남들보다 오래였던 대학생활을 불건강하고 무절제하게 지내왔기 때문에 당연한 결과였다. 의사는 즉각적인 금연을 강권해 왔다. 물론 끊지 못했다. 몸이 좋지 않아진 것은 사실이었지만 일상의 생활에서 문제가 생길 정도는 아니었고, 당연히 나는 나 자신의 건강에 대해 절박함을 갖지 않고 있었다. 게다가 아직 20대의 한창때가 아닌가. 담배와 관계없이 곧 나아지겠지라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결코 나아지지 않았다.

그렇게 몇년을 지냈다. 직장 생활도 하고, 바빠지고, 당연히 운동은 못하고, 심지어는 하루에 몇 걸음 걷지도 않는 생활이 이어졌다. 건강이 나아지지 않는 것은 당연했다. 그러다가 다시 학교로 돌아갈 결정과 더불어 직장을 그만 두던 무렵, 급속하게 건강이 나빠졌다. 매우 심각하게, 일상이 여느 때처럼 이어지지 못할 정도로 악화되었다.

담배를 끊고나서 주변에서 독하다는 소리를 들었다. 그냥 웃으며 넘기지만, 내가 겪은 것들을 겪고서도 끊지 않는 이가 있다면 그야말로 독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만큼이나 난 절실했다.

담배를 입에도 대지 않고 반년 여, 내 일상은 달라진게 별로 없었다. 하지만 건강만은 눈에 띄게, 스스로 실감하리만치 개선되고 있었다. 물론 금단현상에 괴로웠고, 다시 피우고 싶다는 기분이 든 적도 많았다. 하지만, 무척이나 피우고 싶었지만, 그렇게나 담배를 좋아했었지만, 역시 담배보다는 내 건강이, 내 목숨이 더 소중했다.

담배를 끊고서 무엇보다 좋아진 것은 수면이었다. 담배와 수면의 상관관계에 대해 과학적으로 알지 못하지만, 담배를 끊자마자 거짓말처럼 근 10여 년 간 날 괴롭혔던 불면증이 사라졌다. 일단 잠을 푹 자니까 몸이 가벼워질 수 밖에 없었다. 몸이 가벼워지니 마음도 자연히 가벼워졌고, 나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난, 처음 담배를 입에 댄 고등학교 시절 이후의 그 언제보다도 건강해져 있었다.

그리고 약 3년, 난 지금껏 단 한 개피의 담배도 입에 대지 않았다. 그럼에도 담배라는 것이 무섭기는 한 것이, 3년 가까이 지난 요즘에도 문득 한번씩 담배 생각이 난다. 실제로 바로 얼마 전만 해도 혼자서 담배 자판기 앞에서 한참을 망설이기도 했고, 며칠 전에는 맛있게 담배를 피우는 꿈을 꾸기도 했다. 하지만 손을 뻗지 못한다. 끊고 나서 얼마나 몸이 가볍게 느껴졌는지, 쌓여있던 무엇인가가 싹 빠져나가는 그 기분이 얼마나 상쾌한 것이었는지 아직 생생하게 기억하기 때문이다.

담배를 피우던 시절부터 끊은 직후까지 변치 않았던 생각이 하나 있었다. 담배는 기호품이며, 선택은 개인의 자유이니, 흡연자의 권리는 당연히 존중해야 하고, 비흡연자에게도 피해를 주어서는 안된다는 것이었다. 당연히 타인에게 금연을 권하는 것도 삼가했으며, 물론 굳이 흡연을 권하지도 않았다. 지금도 이 생각은 기본적으로는 달라지지 않았다. 그런데 스스로 금연을 경험하고 그 이후를 체험해 보고나서, 나는 주변의 아주 가까운 이들에게는 금연을 조심스레 권하게 되었다. 그 차이가 너무도 극명하고, 또 너무나 반가운 변화라서 그랬다. 마치 매우 아름다운 경치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도 보여주고 그래서 같이 더불어 나누고 싶은 마음이 생기듯, 내게 더없이 좋았던 이 경험을 가까운 이들과는 나누고 싶었던 것이다.

담배의 유통 자체를 금지하고자 하는 법안에 대한 기사를 읽었다. 웃기는 이야기다. 그런데, 분명히 말도 안되는 이야기라고 생각하면서도, 그것도 방법은 방법이네 싶다. 예전의 나였으면 코웃음 치고, 어쩌면 화까지 내며 반대했을 이야기임에도, 원칙상 틀렸다고 생각하면서 한편으로는 찬동하려는 기분이 생기려 한다. 내가 비흡연자가 되어서, 더 이상 나와 관계가 없는 일이라서 그런 것일까. 아니면, 어느새 진심으로 담배라는 물건을, 절대적인 해악의 하나로 여기고 있는 것일까.

후회없이 살아가고 싶었다.

숨을 다하는 그 순간, 담배는 추억일 것인가, 회한일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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