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을 생각함

블로그가 내게 주는 가장 큰 즐거움은, 여러 번 이런저런 글에 썼듯이, 나 자신의 글을 세상에 읽힌다는 점이 아니라, 끊임없이 다른 이들의 글을 새로이 접한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들의 글 하나하나를 통한 만남이며, 소통이다. 그런 이유로 타인의 블로그들을 읽는 –구독하는– 수단과 방법은, 내게 있어 또 하나의 매우 중요한 –나 자신의 블로그를 어떻게 꾸려 나가는가에 못지 않은– 영역이다.

블로그를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았던 무렵에는, 인상적이거나 좋은 글이 있는 블로그, 뭔가 생각거리를 주는 블로그는 일일이 북마크를 했었다. 내 블로그에 링크로 모아둘까 하는 생각도 했지만 공개된 공간에 타인의 공간에의 입구를, 당사자의 양해없이 만들어 둔다는 것이 마음에 걸렸던 탓이었다. 그리고 실은, 그렇게 북마크를 해 나간다고 하더라도 그 숫자는 어차피 제한적인 것일 것이리라는, 돌이켜 생각해 보면 아무 근거도 없는 개인적인 ‘예상’도 있었다. 아마도 ‘블로그란 형식을 뒤집어 쓰고 있건 말건,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말’과 ‘글’의 태반은 어차피 ‘쓰레기’다’라는 나름의 회의가 있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런 내 예상은 여지없이 –그것은 반가운 일이기도 했다– 깨져버렸다. 세상에는 읽을만한, 북마크를 해 둘만한 아니, 해 두어야할 블로그들이 아주 많았다. (물론 그만큼이나 두번 다시 거들떠 보지도 않을 곳도 여럿 ‘발굴’해 내었었다.) 때로는 좋은 정보가 있었다. 가끔은 한참을 들여다 보게 하는 사진이 있었다. 어떤 때는 마음을 두드려 주었고, 다른 어떤 때는 소리높여 웃게 해 주었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난 블로그들에 빠져 갔다.

곧 문제가 생겼다. 이제는 북마크들이 겉잡을 수가 없어지기 시작했던 것이다. 한번씩 정리도 하고 과감하게 삭제하기도 여러 번이었지만, 늘어가는 페이스를 당해 낼 수가 없었다. 그리고 또 하나의 문제는, 일일이 그 블로그들을 찾아다니는 것도 상당한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이었다. 무언가 해결책이 필요했다. 그리고 이내 그 방법을 찾았다. 바로 ‘구독’이었다.

처음에는 태터툴즈에 포함되어있는 RSS 리더기를 이용했다. 굳이 해당 블로그에 갈 필요 없이, 게다가 새 글이 업데이트 될 때마다 수집되어 난 그저 읽기만 하면 되니 더할 나위없이 편했다. 하지만 계속 쌓여만 가는 글들이 조금씩 부담이 되기 시작했고, 역시 그 즈음에 알게 된 Bloglines를 이용함으로써 그 문제도 해결했다. 그리고 그렇게 지난 몇달을, 난 아무 불만없이 ‘편리하게’ 이런저런 블로그들을 ‘구독’하고 있다.

며칠 전, 매우 오랜만에 블로그의 스킨을 바꿨다. ‘오랜만에’ 바꾸게 된 것은 블로그에 있어서 스킨이 그다지 중요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기도 하고, 또 기존에 사용하던 스킨보다 더 마음에 드는 새로운 스킨을 발견할 수 없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분명히 내가 나자신의 입으로 ‘마음에 드는 스킨’ 운운하고 있다는 사실은, 동시에 나 자신이 스킨, 다시 말해 블로그의 외양에도 어느 정도는 신경을 쓰고 있다는 말일 것이다. 사실 블로그의 ‘외양’이란 그리 중요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저 읽는 이가 편하게 읽을 수 있도록 되어 있고, 눈에 거슬리지만 않는다면 그로써 충분히 좋은 것일지 모른다. 하지만 과연 그러한가.

이번에 스킨을 바꾸기 전에 한 번 다른 스킨을 적용해 보려고 시도했던 적이 있었다. 항상 새로운 것을 적용할 적에 미리 시험해 보는 서버에서 스킨의 상당한 부분을 고쳐가며 거의 입맛에 맞게 완성했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사용을 포기했었다. 포기한 이유는 간단하다. 내 글들과, 내가 본문에 사용하는 ‘바탕체’의 글꼴과 스킨이 너무 어울리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깔끔하고, 이쁜 스킨이었지만, 나와는, 내 블로그와는 ‘맞지 않는’, ‘어울리지 않는’ 스킨이었던 것이다. (물론 내 입맛에 맞게 처음부터 끝까지 만들면 되겠지만, 그것은 내 능력 밖의 일이다. 수차 고백했듯이 난 ‘컴맹’이기 때문이다.) 결국 나는, 스스로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블로그의 외양에 –어떻게 보일지, 어떻게 읽힐지– 꽤나 신경을 쓰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돌이켜 생각해 보면 누군들 그러하지 않겠는가. 누구라도 자신만의 공간을 자기 취향으로 꾸미고, 자신의 글들과 어울리는 분위기로 만들어가고 싶을 것이다. 글과 더불어 배경음악 –난 개인적으로 음악이 갑작스레 튀어나오는 것을 별로 달갑게 여기지는 않는다. 하지만, 때로는 글을 읽으면서 이 음악을 들어줬으면 하는 글쓴이의 마음에 충분히 공감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을 삽입하는 마음과 본질적으로는 같은 심리일 것이다. 그렇게 음악으로, 혹은 디자인으로 나름의 개성을 표출하고, 나름의 아이덴티티를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

그렇다면 Bloglines를 이용하여 블로그를 구독’만’ 하고 있는 것은 실은 그 해당 블로그들의 일부만을 보고 있게 되는 것은 아닐까? 각각의 블로그의 주인들이 고심하고 공들인 외양을 본의아니게 무시해버리는, 어떤 의미에서의 ‘실례’를 저지르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 수준에 관계없이, 자신만의 디자인, 색, 배치 등을 통해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들, 보여주고자 하는 것들, 소개하고자 하는 것들을 일체 무시해버리게 되는 것은 아닐까?

누가 뭐래도 블로그의 가장 중요한 부분은 ‘글’이다. 그리고 누구건 ‘글’로써 스스로를 말한다. 하지만 하물며 학생시절 노트필기를 할 적에도 보기좋게 색색의 펜을 동원해 가며 이리저리 줄바꿈을 섞어 적는 이들이 있고, 비록 그 가지각각의 색들과 문장의 배치들은 분명 주가 되는 필기내용을 보조하는 부차적인 것이기는 하지만 그 노트의 주인의 노력이며, 동시에 그 아이덴티티의 표상이기도 하다. 과연 그들에게 그런 장치들은 부차적인 것이니, 그냥 내용만 적으라도 할 수 있는가. 아니, 그렇게 말하는 것이 옳은 일인가.

그래서 요즘 나는, 내가 구독하고 있는 블로그의 주소들을 다시금 하나, 둘씩 북마크에 집어 넣고 있다. 그리고 되도록이면 구독목록의 블로그들을 하나씩 돌아보려 한다. 특히나 새로운 글이 올라와 있을 경우에는 더욱 그러하다. 그래서 글쓴이의 글과 더불어 그 ‘틀’도 같이 읽어보려 한다. 그것은 그 대상이 의식적이고도 적극적으로 원하건 그렇지 않건 관계없는, 블로그를 ‘구독’하는, 그래서 보다 가까이 그 글과 글쓴이를 접하고자 하는 나의 새로운 방식이기 때문이다.

덧붙임) 며칠 전, 오랜만에 블로그 스킨을 바꾸며 시간을 보내다가 떠오른 생각을 정리한 것에 불과하다. 결코 이 글을 통해 구독방법의 옳고 그름을 따지거나 주장하고자 한 것이 아님을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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