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물단지가 되어버린 동전들

일본에 오기 전의 몇해 동안은, 동전을 사용해 본 기억이 별로 없습니다. 동전을 사용할만한 경우가 별로 없기도 했지만, 거스름을 받거나 해서 생기는 동전은 전부 차에 던져두고 몸에는 항상 지폐만 지녔습니다. 그것도 천원짜리, 오천원짜리는 바지주머니에, 만원짜리만 지갑에 넣어두고 다녔죠. 잔돈은, 급하게 쓰이는 경우가 아무래도 많아서였습니다. 고속도로 톨비를 내거나 할 때가 그런 예가 되겠군요.

사실 현금을 쓸 일이 별로 없었죠. 만원정도만 되어도 거의 카드를 썼으니까요. 신용카드 사용만을 보면 한국이 일본보다 편합니다. 도쿄는 조금 다를지 모르겠습니다만, 제가 사는 센다이만 해도 카드를 받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가끔이나마 카드를 사용할 일이 있으면 항상 확인을 해야 합니다. 서울같으면 생각할 수 없는 일이죠.

물론, 일본에 와서는 달라졌습니다. 우리네 동전이야 이제 너무나 그 가치가 미미해져버렸습니다만, 일본에서는 아직도 동전은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죠. 잘들 아시겠지만 여기서는 아직도 1엔단위까지 실제로 사용하고 있으며, 또 그래서 1엔짜리가 아쉬운 경우도 많습니다. 예전에 약 반년 정도분의 1엔, 5엔짜리들을 모아둔 적이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주머니 속에서 귀찮아서 말이죠. 생기는대로 다 모아두었다가 어느 정도 이상이 모인 다음부터 조금씩 써 보았습니다. 공과금을 낼 때 1엔까지 맞춰가거나, 시장보러 갈 때 미리 준비해 가거나 말이죠. 그렇게 쓰기 시작하니까 금방입니다. 순식간에 그 많던 1엔짜리, 5엔짜리들이 없어져버리더군요. 그만큼 1엔짜리들도 유용하답니다.

전철이나 지하철 표 판매기 앞에서 유심히 보면 멀쩡한 중년의 샐러리맨이 주머니에서 동전지갑을 꺼내 동전을 세고 있는 모습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처음에 그런 모습을 보았을 때는 웃겼습니다. 괜히 사람이 쫀쫀해 보이고 말이죠. 그런데 이제는 저도 동전용 지갑을 따로 갖고 다닙니다. 동전들과 학생증, 교통카드같이 늘 꺼냈다 넣었다 하는 것들을 위한 지갑입니다. 편의점에서 캔커피 하나 사면서도 동전지갑을 꺼내서 동전을 하나하나 세서 계산을 치룹니다. 그러면서도 스스로가 쫀쫀해 보일까 걱정스럽거나 하지는 전혀 않습니다. 그것이 오히려 당연한 것이 되었습니다.

물가는 오르고 화폐가치는 떨어지고, 동전이 그야말로 ‘애물단지’가 된 원인이야 여러가지가 있겠지요. 하지만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아무리 가치가 없다고 해도 동전 역시 돈은 돈입니다. 백원짜리가 백개만 있으면 만원이고, 그런 묶음이 열개만 모이면 십만원입니다. 어떤 이들에게는 십만원쯤 없어도 그만인 돈일 수 있겠지만, 어떤 이들에게는 십만원이 그 인생을 결정할 금액인지도 모릅니다. 결국 문제는, 저 또한 그렇게 살아왔었습니다만, 작은 가치를 소중히 여기지 않는 사고방식이 아닐까요?

‘백원쯤 없으면 어때.’, ‘겨우 천원인데 뭘.’ 이런 생각들이 모이면 만원도, 십만원도, 아니 그 열배, 백배도 결국엔 없어도 그만인 ‘별 볼일 없는 가치’가 되지 말란 보장이 없습니다. 사소한 가치를 소중히 여기지 않는 사람, 사회가 거대한 가치를 느낄 수 있을까요? 아니, 그 이전에, 과연 그런 가치를 누릴 자격이나 있을까요?

조금 논리의 비약인지도 모르겠습니다만, 멀쩡한 동전이 버림받고 있고, 버림받는 것이 당연해진 현실이 어쩌면 오늘의 우리 사회의 모든 왜곡과 부조리를 상징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수송하는 데에 얼마가 들고 제조하는 데에는 또 얼마가 필요하다는 등의 경제적인 이야기는 차치하고서, 그저, 멀쩡한 백지를 구겨서 쓰레기통에 던져 버리면 꺼림칙한 느낌이 남는 것과 같은 소박한 마음에서의 이야기입니다.

터무니없이 높아져버린 물가때문에라도, 동전을 다시 사용하는 것은 무리일겁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유치원 다니던 어린 시절, 어쩌다 내것이 된 십원짜리 여섯개를 꼭 쥐고서 몇날 며칠을 온마음이 부자였던 그 때가 무척이나 그리워지는 것은, 대체 왜 그런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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