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역시 文科?!

고등학교 1학년 때 했던 적성검사의 결과가 뜻밖이었던 기억이 납니다. 당연히 압도적으로 문과가 적성에 맞다는 결과가 나올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의외로 이과와 문과가 별 차이 없이 나왔었습니다. 물론 지금에야 그런 적성검사니 하는 것들을 그다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합니다만, 당시에는 지금보다는 심각(?)하게 받아들였었던가 싶습니다.

‘압도적으로 문과’라고 생각했던 것은, 부모님이 두분 다 문과의 공부를 하신 분들이라는 이유때문만은 아니었습니다. (문과, 이과를 나누는 것이 과연 타당한 것인가와 같은 이야기들은 일단 차치하고 얘기합니다.) 저는 어려서부터 수학이 싫었습니다. 그리고 잘하지도 못했습니다. 그래서 더 싫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어쨌건 수학만은 도저히 ‘적성’이 아니었습니다. 그 반면에 국어나 외국어, 그리고 사회 관련 과목들은 상대적으로 잘하기도 했거니와 스스로도 재미있다고 느꼈습니다.

그렇게 저는 문과로 진학했습니다. 결국 대학도 문과대학으로 갔으며 지금도 인문,사회계통의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오래 전, 아무 것도 모르던 시절의 철없는 선택이 과연 옳았던 것인지 아닌지, 아직 알 수가 없습니다. 어쩌면 영원히 모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가끔, 아주 가끔, ‘난 역시 문과야’라고 느낄 때가 있습니다. 바로 엘리베이터를 탈 때가 그런 때입니다.

엘리베이터를 타서 갈 층수 버튼 말고도 가끔 눌러야 하는 버튼이 있죠. 열고 닫는 버튼 말입니다. 빨리 닫으려고 닫는 버튼을 누르지 말라고도 합니다만, 그보다 남을 위해서 열어주거나 할때도 꽤 있지요. 바로 그때가 문제입니다.

우습게 들릴지 모르지만, 전 열림과 닫힘이 화살표 그림으로 그려져 있는 버튼은, 한눈에 그 의미가 머리 속에 들어오지를 않습니다. 대개의 경우 기호나 그림으로 표시한 것은 이용자가 보다 한눈에 알기 쉽도록 한 것이라고 저는 알고 있습니다만, 엘리베이터의 화살표 버튼의 경우 제게만은 오히려 더 알기 힘들게 만든 셈입니다. 물론 한글로 열림 혹은 닫힘이라고 쓰여져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만, 제가 느끼기엔 그렇게 ‘쓰여져’ 있는 경우보다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습니다. 하여간, 그 화살표 때문에 다른 사람을 위해 문을 열어주려다 오히려 닫아버려서 괜한 오해를 산 적도, 원망을 들은 적도 있답니다.

그런데 일본에 와서는 그런 실수를 훨씬 덜하게 되었습니다. 여기서는 버튼이 화살표로 표시되어 있는 경우보다는 ‘開’, ‘閉’와 같이 문자로 표기되어 있는 경우가 더 많기 때문입니다. 사진처럼 말입니다.


제가 사는 맨션의 엘리베이터입니다.

한자(혹은 문자)를 보는 것이 더 편한 저같은 사람은 확실하게 문과 성향의 인간이겠지요. 무척 닮아있는 開와 閉도 한눈에 쏙 들어오는 걸 보면 말입니다.

어찌되었건, 그 덕에 여기서는 부끄러운(?) 실수를 저질러서 괜한 오해를 사는 경우도, 원망어린 눈초리를 보아야 할 필요도 많이 없어졌습니다. 물론 일본에도 화살표로 표시되어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저 문자로 표기되어 있는 경우다 ‘상대적’으로 보다 많다는 것 뿐입니다. 그리고 그 점은, 일본에서 생활하면서 느끼는 ‘편한’ 점들 중의 하나라고 할 수 있겠군요.

+글을 끝맺으며 다시 생각해보니, 화살표와 문자 중 어느 쪽을 더 편하게 느끼는가 하는 것이 문과성향이냐 혹은 아니냐를 가늠하는 기준이 되기에는 좀 가당치 않다는 느낌도 듭니다. 그래도, 그냥 이대로 올리렵니다. 짐작하시듯, 귀찮아서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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