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다미를 걷어버리고 싶다

요 며칠 전부터 두통에 시달렸습니다. 원인을 알 수 없이 하루종일 괴롭더군요. 오늘, 바로 좀 전에, 학교에서 돌아와 방 청소를 하다가 두통의 원인을 알아냈습니다. 바로 다다미에 핀 곰팡이였습니다.

멀쩡한 방에 웬 곰팡이냐고 하시겠죠. 요즘 날씨가 추워져서 베란다로 통하는 문 안쪽에 물기가 계속 차더니, 잘 걷지 않는 커텐 아래쪽의 다다미에 곰팡이가 피어 있더군요. 다다미라는 게 그렇습니다. 습기와 온도, 적절한 조건만 갖추어지면 어느새 곰팡이가 피어오르고, 다니라고 하는 벌레가 생기고 합니다.

* * *

처음 일본에 왔을때 살았던 아파트의 다다미방에서도 이런저런 고생을 잔뜩 한 기억이 있습니다. 일본에 떨어진 첫날밤, 급하게 구한 침구를 다다미 위에 깔고 잠을 청했습니다. 10분도 못 되어서 견디지 못하고 일어났습니다. 온몸이 근질거려왔기 때문입니다. 바로 다니라고 하는 다다미에 사는 벌레때문이었습니다. 얼핏 그런 얘기를 들은 적이 있었지만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있었던 터라 더욱 황당하더군요. 어쩔 수 없이 이불을 싸들고 거실로 나가서 추위에 떨면서 첫밤을 보냈습니다.

이튿날 바로 약국에 가서 살충제를 샀습니다. 이 다니용 살충제를 저희들은 ‘폭탄’이라고 부르는데, 문을 닫아놓은 방의 한가운데 설치하고서 심지에 불을 붙이면(물을 이용하는 것도 있습니다. 왠지 그쪽이 나은 듯 해서 저희는 주로 물을 이용하는 제품을 썼습니다.) 연기가 피어올라, 그 연기가 구석구석까지 침투해 다니를 죽인다는 물건입니다. 주사기처럼 다다미에 직접 꽂아 약을 투입시키는 종류도 있습니다만, ‘폭탄’이 가장 효과적인 듯 하더군요. 어쨌건 그렇게 일단은 다니는 처리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폭탄’을 터뜨린 다음에는 꼭 다니의 ‘사체’들을 깨끗하게 처리해야 한다더군요. 그래서 바로 그날 진공청소기도 샀더랬습니다.

봄이 가고 여름이 오면서 비오는 날도 많아지고 습기가 차더니 다다미에 곰팡이가 생기더군요. 청소하다가 발견했는데 처음에는 거뭇거뭇하게 뭔가가 묻은 줄 알았습니다. 유심히 들여다보다가 곰팡이라는 사실을 알고서는 아연해지더군요. 잠을 자는 잠자리 바로 옆에, 아니 그 밑까지 온 방이 곰팡이였습니다. 침대를 들어내고, 싹싹 닦고, 말리고, 지금도 그때 생각하면 참 고생했다 싶습니다.

그때도 머리가 아팠습니다. 아침에 눈을 떠도 머리가 상쾌하지 않고, 지끈지끈 해서 대체 원인이 뭔가 했었는데 바로 곰팡이가 그 원인이었던 것입니다. 작년은 유달리 비가 많았던 해였죠. 그만큼 곰팡이도 잘 피었습니다. 여름에 두주일 정도 서울에 갔었습니다만, 그 사이 역시나 다시 곰팡이들 천국이 되어 있더군요. 서울에서 돌아온 바로 그날, 제습기를 샀습니다. 다다미와 습기와 곰팡이에 치가 떨리는 기분이었습니다.

당시 살았던 아파트는 목조건물이었습니다. 게다가 1층이었습니다. 그래서 습기가 더 심했던 것이었습니다. 집을 빌려준 학교 – 당시에는 일본어학교에 다녔습니다. – 사무실에 여러차례 얘기하고, 새 다다미로 바꿔달라고 했지만, 문제는 다다미가 아니었습니다. 아니, 살던 집에 깔려있던 다다미의 문제가 아니었다는 이야기입니다. 집에 깔려있던 다다미는 새것이었답니다. 문제는 다다미라는 물건 그 자체였던 것입니다. 그리고 목조건물, 유난히 비가 많은 날씨 등, 여러 요인들이 겹치고 더해져서 그리 되었던 것이었습니다.

처음 센다이에 오게 되었을 때는 임시의 거처에 있었습니다. 센다이로의 이사가 꽤 늦게 결정되었기 때문에 제대로 집을 구할 여유가 없었던 것입니다. 그 임시의 거처란 곳은 좀 넓은 원룸식 맨션이었습니다. 그 원룸에 살았던 석달동안 불편한 점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다다미가 아니라는 점 하나만은 무척이나 반가웠습니다. 다다미에는 눈도 주기 싫었기 때문이었죠. 그리고 지난 6월말 지금 사는 이 맨션으로 이사했습니다. 안쪽의 침실 하나가 다다미였습니다만, 일단 목조 아파트도 아니고, 모르는 저희 눈으로 보아도 예전에 살던 아파트에 깔려있던 다다미보다는 훨씬 좋아보이는 다다미가, 그것도 새것이 깔려 있으니, 당연히 괜찮으리라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역시 다다미는 다다미인가 봅니다.

저는 피부가 매우 민감한 편입니다. 그래서 다니라고 하는 다다미에서 생기는 벌레에도 매우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여러번 고생을 했기 때문에, 이사하고 나서, 다시 다다미 방을 침실로 사용하면서는 매일 진공청소기로 청소를 합니다. 나무바닥인 거실이나 작은 방은 하루정도 쉬기도 합니다만, 침실만은 꼭 매일 진공청소기를 밉니다. 그래서인지 다행히 여지껏 다니때문에 신경을 쓰지도 않았고, 여름을 지나면서도 곰팡이따위와는 완전히 연을 끊은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오히려 날씨가 추워지고나서 집안 환기도 덜하게 되고 하면서 이런 일이 생겼습니다. 아주 작은 부분이고, 금방 닦아내고 간단하게 처리할 수 있는 정도의, 사실 예전의 고생을 생각하면 아무 것도 아닌 정도입니다만, 그래도 짜증납니다. 이놈의 일본이라는 곳은 대체 웬 습기는 이리도 심하며, 다다미 같은 것은 왜 깔고 사는지. 우리네 온돌이 좀 좋습니까. 하긴 요즘 새로 짓는 집들, 고급 맨션들은 우리네 온돌처럼 바닥난방을 깐다고 합니다만.

다다미도 매우 고급의 것은 이런 문제들이 없다고 합니다. 예전에 다다미로 고생하면서 다다미에 대해서 이것저것 알아보고 했습니다만, 이 다다미라는 것도 종류가 천차만별이더군요. 그만큼 좋은 것도, 별로인 것도 있다는 얘기입니다만, 잘 모르겠습니다. 어느 정도로 고급의 것이면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인지 말입니다. 집에 깔려있는 것도 그리 나쁜 것은 아닌데 말입니다. 겨울에는 차지 않고, 여름에는 시원해서 일본의 전통적인 가옥에는 다다미가 최고라고 합니다. 일본에도 나름의 전통이 있음을 알고, 그 전통을 무시하고자 함도, 혹은 받아들이려 하지 않음도 아닙니다. 하지만 불편함은 불편함입니다. 게다가 건강에 위협을 주기도 한다면, 문제는 문제입니다.

* * *

곰팡이를 닦아내고 제습기를 틀어두었습니다. 앞으로는 신경을 써야겠습니다. 신경을 조금만 쓰면, 사실 그리 큰 문제는 아닙니다. 그저, 처음 당하면 황당하긴 하지만 말입니다. 어디 상상이나 했겠습니까? 방바닥에 곰팡이라니. 조만간 일본 친구한테 한번 물어보렵니다. 겨울에는 어떻게 다다미 관리를 해야 하는 지 말입니다. 대단한 비책이야 있을까 싶습니다만, 그래도 저희들보다야 낫겠죠.

앞으로 일본에서 생활하실 계획을 가지신 분들, 다다미 방은 되도록 피하시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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