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병반대 메세지: 권해효

구독하고 있는 『週刊金曜日』이 평소보다 하루 늦어 오늘 –토요일– 도착했다. 늘 그랬던 것처럼, 목차를 죽 훑어보고 있는데, 낯익은 이름이 눈에 들어오는 게 아닌가? ‘권해효’가 바로 그 이름이었다.
『週刊金曜日』에는 매주 ‘파병반대 메세지’라는 한쪽짜리 기사가 실린다. ‘메세지’라고 해서 대단한 인물들이 등장하는 것은 아니고 – 유명한 사람들의 얘기가 실리기도 하지만 – 정말 각계각층의 사람들의 반전, 평화를 위한 생각들이 게재되고 있는 곳이다. 어떻게 『週刊金曜日』이 배우 권해효에까지 미치게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반가운 마음에 급히 번역한다. 참고로 권해효의 ‘메세지’는 이례적으로 2페이지에 걸친 인터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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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병반대 메세지 24 – 권해효

출연한 드라마 ‘겨울연가’가 일본에서 큰 인기인데요.

그 덕에 일본으로부터 많은 취재가 들어옵니다. 대개의 질문이, “그 신을 찍을때 어떤 기분이었나요?”입니다만, 아시다시피 2년반 전에 찍은 드라마라서요. 그저 “추웠습니다”라고 밖에 대답할 말이 없죠.(웃음) 어쨌든 예상외의 인기에 놀라고 있습니다. 그 드라마는 한국의 사회 배경을 알지 않고서도 의미가 전달된다는 점에서 인기를 얻게 되지 않았나 합니다. 지금까지 일본에서 성공을 거둔 연예인, 예를 들어 보아, 윤손하, 계은숙 같은 경우에는 일본에서 활동하기 위해 기획된 사람들이었죠. 한국용으로 만들어진 것이 일본에서 붐이 된 것은 처음이라 쾌거라 할 수 있을 있습니다.

이번을 계기로 여러 방면에서 양국간의 이해가 깊어지면 좋을텐데 말입니다.

그렇습니다. 일본에서는 거세게 ‘한류’의 바람이 불고 있지만, 그 반면에 ‘역사교과서문제’라든가 ‘독도문제’는 반대방향으로 가고 있지요. 유감스러운 일입니다. 하지만 ‘겨울연가’ 덕분에 일본의 피스보트의 멤버 분들과도 만나게 되고, 또 이번에는 ‘주간금요일’에 실리게 되어 생각지도 못했던 사람들과 만날 수 있었습니다. 정말로 기쁘게 생각합니다.

시민운동과 관계를 갖게 된 계기는 무엇입니까?

한국에서 1970, 80년대에 대학생이었던 사람이라면, 본인이 원하건 원하지 않건 관계없이, 반독재, 민주화, 통일운동이라고 하는 흐름에 몸을 내던질 수 밖에 없었습니다. 저 역시 그 한사람이었습니다만, 굳이 말하자면 방관자였습니다. 친구들이 시위를 하다가 경찰에 체포되거나 피를 흘리는 모습들을 보고는 있었습니다만, 적극적으로 참가하지를 못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런 경험이 마음 속에서 작은 가시처럼 남아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결정적으로는 96년에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민가협)가 1년에 한번씩 서울 시내의 명동성당에서 개최한 ‘1일감옥체험’에 참가한 것이 계기가 되었습니다. 민가협이란 민주화를 위해 활동하다 체포된 사람들의 석방을 위한 가족들의 모임입니다. 한평 정도의 독방을 나무로 만들어 그 안에 들어가 양심수들과 같은 경험을 하는 것입니다. 간수역의 사람이 그 안에 들어가 있는 사람을 때리는 시늉을 하면 민가협의 어머니들은, “내 아이에게 무슨 짓을 하냐!”며 울면서 간수역의 사람을 때립니다. 단지 시늉을 하는 것에 불과한데도 그렇게나 반응하는 것에 무척 놀라기도 했고, 이들 어머니들처럼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남모르게 눈물을 흘려왔을까하고 생각해 보게 되었지요. 그것이 시민운동에 참가하게 된 계기가 되었습니다.
2001년에 ‘조선일보 반대 영화인 선언’의 한사람으로 이름을 올리게 되었습니다. 그 뒤 많은 시민단체들로부터 같이 활동하자는 제안을 받는 기회가 늘게 되었습니다.

정치적인 활동이 배우로써의 일에 영향을 주지는 않습니까?

저는 별로 그렇게 느끼지 않습니다. 원래 한국의 시민들은 정치에 대한 관심이 많습니다. 한국에서는 정치로 인해 개인들의 생활이 변합니다. 일본에서는 오랫동안 자민당 정권이 유지되고 있어서 정치와 실생활의 관계를 실감하지 못하는 게 아닐까요? 헐리웃 스타들의 정치적인 발언이 뉴스가 된다는 사실은 미국이 정치적으로 ‘후진국’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유럽의 배우, 예를들어 프랑스의 배우가 공식석상에서 현직 대통령을 비판한다 해도 화제가 되지 않죠.

본업이 바쁜 와중에 활동하는 것은 힘드시겠네요.

많은 사람들이 사회에 불만을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신문을 보며 화내고 앉아 있어봤자 변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사회의 변화를 바란다면 그 출발점에 스스로 서지 않으면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운동은 지속하는 것이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어떤 중요한 집회가 있어도 배우로써의 일을 우선으로 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그들의 활동을 널리 알려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도록 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저의 배우로써의 가치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측면으로도 이 원칙을 꼭 지키도록 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이라크에의 파병에 반대하는 큰 집회가 연일 열렸습니다.

한국군을 파병하며 정부는 “이라크의 친구로써 파병한다”고 여러번 변명했습니다. ‘친구’가 어째서 군대를 보내는 것일까요? 저는 파병반대운동을 하는 사람들에게 파병반대뿐만 아니라 3천명의 군인들 대신에 3만명의 재건노동자들을 보내는 운동을 하자고 제안했습니다. 현재의 파병비용이라면 재건을 위한 인원을 10만명이라도 보낼 수 있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결국 군대의 파견은 이라크의 부흥을 위한 것이 아니라 부시 재선을 위한 것일테죠.

한국의 어떤 국회의원은, “이라크 전쟁에는 반대다. 그러나 한반도의 긴장상황을 고려한다면 미국의 요구를 들어주는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한국의 수많은 시민들이 이 전쟁이 부당하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미국과의 관계상 파병은 어쩔 수 없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는 정신위생상 좋지 않은 일이며, 비극적인 사고방식이기도 합니다. 저는 오히려 미국의 요구를 듣지 않는 것이 평화에 더 가까이 가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늘(9월17일)은 북일수뇌회담으로부터 딱 2주년이 되는 날입니다. 그 즈음에 남북간에는 경제교류가 왕성하게 이루어지고 있었습니다. 그러자 미국은 같은 해 10월 날조된 북한의 핵의혹의 정보를 유포하여 한국과 일본이 북한에 대한 우호적인 정책을 취하는 것을 막았습니다. 군사적인 이야기는 할 필요도 없이, 한국은 중국, 일본을 축으로 한 무역거래가 중심입니다. 즉, 경제적으로도 미국에 의존할 필요가 없다는 말입니다. 그럼에도 미국의 요구를 듣지 않으면 무슨 불이익이라도 당할 것 같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을 뿐입니다.

이라크에의 파병문제 등으로 노무현대통령의 정권에 실망하지는 않으셨는지요?

실망했습니다. 하지만 50년간 지속되어 온 힘의 관계를 겨우 한사람의 대통령의 힘으로 바꾸는 것은 어려운 일이지요. 다만, 현정권에 의해서 시민들이 한미관계에서의 불평등한 측면들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하게 되었다고 봅니다만.

한국의 병역의무제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최근에는 거부자에 대한 위헌판결도 있었는데요.

한국군 가운데 즉시 전투에 투입될 병력의 숫자는 극히 적다고 합니다. 그런 측면에서도 병역 대신에 사회활동 같은 대체복무제도를 채용하는 것을 생각해야 한다고 봅니다. 몇년 전, 미국 국적과 같이 이중으로 국적을 갖고 있었던 유승준이라는 가수가 병역을 기피했습니다. 법률상으로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법무부가 그의 입국을 거부했습니다. 이 일에 관해서 제가 연극 강의를 하고 있는 대학교의 학생들에게 의견을 묻자 모두가, “(병역기피는) 괘씸하다”고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중에서 군대에 가고 싶은 사람 있냐”는 질문에는 한명도 없었습니다. 저는 학생들에게, “그건 좀 이상하지 않나. 사고가 일관되어있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자위대의 이라크 파병을 기회삼아 일본에서는 평화헌법을 개정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있습니다만.

정치가의 표를 의식한 전략의 하나라면 그냥 봐 넘겨버릴 수 있습니다만, 우리들에게 보이지 않는 곳에서 ‘전쟁을 할 수 있는 나라’로 만들기 위해 계획해 왔다면 무서운 일입니다. 그런데 ‘자위대’라는 명칭으로 어떻게 파병이 가능한 것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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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週刊金曜日』 10월15일자(통권 528호) 18~19쪽에 실린 ‘파병반대메세지’라는 인터뷰 기사 전문을 번역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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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병반대 메세지: 권해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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