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이 쉽다?

무척이나 공감가는 글을 읽었다. 실은 어제부터 계속 올블로그의 알찬 포스트 상위권에 있었던 글인데, 게다가 어제 한번 읽었는데도, 다시 읽게 되었다.
(참고로 그 글은 南無라는 분의 블로그, Studioxga.egloos.com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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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특히 일본어 번역을 쉽게 생각하는 이들이 있다면, 난 감히, “당신들은 일본어도 한국어도 제대로 하지 못한다.”고 말해주고 싶다.

흔 히들 가장 쉽게 빠지는 오류가, ‘번역’과 ‘해석’을 구별하지 못하는 것이다. 제대로 된 번역은, 뛰어난 외국어 실력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라, 우수한 모국어 능력에서 나온다. 외국어를 알아듣고, 읽을 줄 알게 되고, 그래서 어느새 그 뜻도 파악하게 되었다고 번역이 가능하다고 생각하는가? 기껏해야 할 수 있는 건 ‘해석’에 불과할 것이다. 해석과 번역의 차이가 뭐냐고? 해석은 가공이요, 번역은 (南無라는 분의 말씀대로) ‘창작’이다.

일본어가 쉽다고 한다. 사실이다. 어느 정도까지는 말이다. 기본적인 의사소통이 가능하고, 생활에 필요한 기초적인 언어능력을 지니게 되는 정도까지, 일본어능력시험으로 따지자면, 대략 1, 2급 정도의 수준까지는, 한국인이고, 한국어를 할 줄 한다면, 분명히 빠르게 진보한다. 하지만 그것은 유사한 어순, 상대적으로 간단한 문법, 비슷한 문장구조 등의 연유로, 다른 언어를 모국어로 가진 이들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쉽게 느껴진다는 것이지, 결코 일본어라는 언어가 쉬워서가 아니다. 실제로 전문적인 서적을 읽고, 학회에서 발표를 하고, 시대를 막론하고 일본 소설을 자유롭게 읽고, 어떤 상황에서도 적절한 일본어를 구사할 줄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된다고 생각하나?

일본어 학습자들 사이에는, “일본어 잘 하시네요”라는 말을 일본인들로부터 듣는다면, 실은 전혀 잘 하지 못한다는 얘기라는 말이 있다. 실제로 실력이 고급일수록, 그래서 그 일본어가 자연스러우면 자연스러울수록, 아주 작은 실수나 어색함도 오히려 모국어로써 일본어를 사용하는 이들에게는 크게 느껴지게 되고, 바로 그런 이유로 일본어를 어중간하게 하는 사람들에게처럼 “잘한다”고 못한다는 것이다.

얘기가 번역에서 일본어로 새 버렸지만, 영어나 여타 외국어도 마찬가지이다. 요 근년에 들어서 영어를 비롯한 외국어교육의 중심이 회화위주로 옮겨 간 모양이고, 그래서 영어건, 일본어건 의사소통을 하고 자기의 뜻을 상대에게 어느 정도 전달 할 줄 아는 수준의 외국어 능력을 습득한 이들이 상당히 많다고 들었다. 하지만 언어능력에 말하고 듣기만 있는 건 아니다. 읽고 쓸 줄 모르는 언어능력은 결국 반푼어치 밖에 아니다. 바로 그런 이유로 보다 훌륭하게 외국어를 구사하기 위한 첫걸음은 제대로 된 모국어 능력을 키우는 데 있다. 왜냐하면 결국 외국어도 또하나의 언어이기 때문이며, 모국어를 제대로 구사할 줄 모르는 사람의 언어능력으로는 어느 수준 이상의 외국어 능력을 익히는 것 자체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국어 점수는 형편없는데 영어 점수는 좋은 경우, 그런 건 학교에서나 있는 일이라는 걸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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