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의를 생각하다

인터넷이 쓰레기더미가 되어가고 있다는 한탄은 흔하다. 무책임한 욕들이나 모독에 가까운 비난 따위의 것들은 물론, 알아듣기 힘든 소위 “외계어”들의 남용에 대한 비판도 적지않다. 그런 마당에 조금 고지식한 얘기가 될런지도 모르겠다. 새삼 ‘예의’를 들먹이는게 말이다.

그런데 한번 생각해 볼 일이다. 먼저 전화 얘기 좀 한다. 요즘에야 전화기에 상대번호가 뜨는게 ‘당연시’되고 있어서 그런 지 모르겠는데, 전화 받자마자 “어, 나”로 시작하는 이들이 꽤 있다. 건 사람이 말이다. ‘내 번호 거기 떴으니까 나라는 거 알지? 그러니까 쓸데없는 인사는 생략하자.’ 뭐, 이런 생각일까? 받는 사람입장에선 심히 불쾌한 경우다. 적어도 나는 그렇다.
그래, 넌줄 안다. 그래도 하다못해, “여보세요” 한마디 못하나? 그거 말하는 게 그리 아깝나? 정말 예의라곤 모르는 사람 취급하고 싶어진다.
전화는 뭐, 그래도 그렇다고 치자. 친한 사이에야 그럴만도 하다고 나도 양보할 수는 있다. 그런데 이메일은 좀 아니다. 요즘, 받아보는 이메일들은, 물론 사적인 것들에 한하는 얘기이지만, 이건 뭐 핸드폰 문자냐 싶은게 한둘이 아니다.
이메일이 편지냐고 항변하는 이들에겐 할 말이 없다. 종이 위에 써서, 봉투에 집어넣고, 우표 사다 붙여, 우체통에 집어넣어야 하는 것이라면 이런저런 거 챙기고, 아니면 그냥 꾹꾹 휴대전화 버튼 누르듯 (휴대전화 문자는 그따위로 보내도 된다고 누가 그랬나?) 몇마디 찍어 보내면 그만인가? 친한사이라 그렇다고? 당신은 친구한테 편지 쓸 때도 호칭이고 뭐고 다 생략한 채 그냥 보내나?
모르긴 몰라도 고객들이나 업무상 불특정 다수로부터 이메일을 많이 받아야 하는 입장의 분들이라면 기막힌 경우를 많이 보셨을 줄 안다. 대뜸 용건부터 입에 올리는 경박함. 인사고 뭐고 신경 안쓰는 무례. 그리고 이메일에조차 온갖 기호들로 채우는 몰상식.
사람마다의 취향이라고 말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세상은 혼자 사는 게 아니잖은가? 다양성은 존중되어야 하지만, 교양없음이, 무례함이 존중되는 사회는 어디에도 없으리라 믿는다. 그게 왜 무례한 거냐고 되묻는 사람이 혹여 있다면, 어느새 무례와 예의를 구분할 만한 감수성조차 잃어버리셨냐고 되물을 따름이다.

이메일이건, 전화건 예의 좀 지키자.

2004년 09월 27일 15: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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