歷史? 歷史!

‘역사’가 화제인 듯하다. 중국의 고구려역사에 대한 왜곡이 그 계기가 되었다고 안다. 사실, 한국내 언론을 인터넷 만을 통해서 접하고 있는 나로서는, 그 시작과 끝을 조리있게 알지 못하고, 그런 이유로 함부로 평할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예전에 비해서 역사에 대한 관심, 흥미가 높아진 것은 사실로 보인다. 일견 환영할 만한 분위기라고 보일 수 있겠다. 하지만 그렇게 높아진 관심들이 이후 얼마나 지속되고, 현실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

일본이란 곳에서 유학생활을 시작하면서 내심 충격이었던 사실이 하나 있다. 내가 적을 두고 있는 토호쿠대학은 일본에서 세번째로 설립된 국립대학(당시 제국대학)으로, 도쿄와 쿄토를 제외하곤 일본에서 가장 우수한 대학들 중의 하나이다. 그에 걸맞게 도서관에 소장하고 있는 장서의 數도 300만을 넘기는 규모를 자랑한다.

입학 후 첫 발표를 준비하면서 한국근대화 내지는 근대사 관련 자료를 검색했을 때다. 너무 많은 자료들이 나오지 않을까하는 걱정을 하고 있던 나로서는, 그래서 검색요건을 어떻게 좁혀야 할까 고민하고 있던 나로서는, 모니터에 올라오는 리스트의 빈약함에 아연해질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나마 리스트에 있는 자료들의 대부분도 60, 70년대에 쓰여진 것들이었다. 8,90년대를 거치면서 한국의 인문학계, 특히 역사학계가 겪은 극적인 변화들을 염두에 둘 때, 이미 참고자료들로써 그 가치를 의심할만한 자료들이었던 것이다.

물론 토호쿠대학에 한국근대관련 자료의 수가 적은 것은 토호쿠대학의 잘못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허탈한 목록의 갯수를 바라보며, 이것이 일본에서 바라보는 한국이구나하는 생각에, 조금은 씁쓸해 질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씁쓸함만이 문제인 것은 아니다. 문제는 일본에서, 적어도 토호쿠대학에서, 한국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고, 그래서 한국관련 공부를 시작하고자 하는 학생들이 1차적으로 보게 될 자료들이 결국 이런 것들이고, 이런 자료들을 읽기 시작해서 궁극에 한국사회를 제대로 보고 연구해 줄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하는 문제이다. 조금 지나친 감이 없지는 않지만, 과연 그런 걱정이 단지 기우에 지나지 않는다고 감히 자신있게 말할 수 있을까?

하지만 돌이켜보면 책임의 소재는 우리에게 있다. 우리 자신부터가 인문학을 우습게 보는데, 다른 나라의 사람들이 우리의 인문학을, 우리의 역사를 제대로 봐 주리라 기대할 수 없지 않은가? 역사, 문학, 철학따위 이른바 ‘돈 되지 않는 학문’들을 천시하면서, 외국 대학에 한국관련 자료의 부족을 탓할 수는 없지 않은가? 고구려 문제가 중국과의 사이에서 문제가 되었다고 하지만, 정작 한국에서 고구려를 전공한 학자가 얼마나 되는가? 정작 우리는 공부하고 연구하지 않으면서 우리 역사라 어찌 주장할 것인가? 국사책에 있으니까 우리 역사라고 주장할텐가? 그럼 일본역사책에 버젓하게 실려있는 임나일본부의 존재를 우리는 과연 어떤 논리로 반박할 수 있는가?

난 일본이라는 사회를 부럽게 생각해 본적이 거의 없다. 한국사회가 여타 제3세계의 그 어떤 사회보다도 우월할 수 없듯이, 일본이건 미국이건 우리사회보다 우월하다고 생각한 적, 거의 없다. 하지만, 인문학이나 순수과학분야에 대한 이들의 투자, 연구를 볼 때 난 진실로 부럽고 두렵게 느낀다. 중국이 엄청난 속도로 외적인 경제성장을 이루고, 마침내 한국, 일본을 위협할 정도가 되어가고 있다고 하지만, 정작 우리가 두려워해야할 대상은 그 어떤 ‘돈’되는 산업보다, 그 사회의 토대가 되는 인문학, 순수과학에 대한 그네들의 진지함일 것이다. 결국 일본사회가 이른바 성공적인 근대화를 이루고 현대의 소위 선진국 대열에 끼일 수 있었던 것도, 에도막부 시대에서 비롯된 자본주의의 기반이나, 한국전쟁 당시의 特需경기뿐만이 아닌, 근대 일본에 있어서의 인문학과 순수과학적 성과라는 토대가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할 것이다.

몇년 전 드라마 ‘허준’이 대히트를 한 뒤, 한의학과 커트라인이 올라갔다는 얘기가 있었다. 그런데 만약 그 드라마가 ‘돈’ 안되는 역사학자, 철학자, 물리학자, 수학자에 대한 것이었다해도 과연 같은 현상이 나타났을까?

보다 진지한, 미래를 위한 思考가 절실하다.

2004년 09월 23일 14:2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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